줄줄이 봐주기·면죄부…공수처도 대통령실 앞에서 막히나
공수처, 임성근 소환 "수사에 필요하다면 할 것"…시점은 아직
권익위, 경찰, 검찰 등 대통령실 문턱 못 넘어…국민 비난 역풍만
"오동운 공수처장이 의지를 갖고 수사 속도 내고 대통령실 조사해야"
입력 : 2024-07-23 17:19:02 수정 : 2024-07-23 17:22:08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황제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실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국민권익위원회, 경찰, 검찰이 연이어 대통령실 앞에선 '한 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 탓입니다. 권익위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면죄부를 줬고, 경찰은 채상병 사고와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연루된 외압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공수처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실 '봐주기·면죄부' 수사 앞에서 만족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습니다. 
 
공수처는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을 조사하고 있지만, 좀체 대통령실 문턱을 못 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22일엔 전직 경호처 직원 송모씨를, 18일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윗선으로 지목된 대통령실은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서로 연락하면서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건기록 회수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 소환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지난해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기록을 경찰에 넘긴 후 회수될 때까지 임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이 주고받은 통화 기록은 11차례입니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심지어 임 전 사단장의 스마트폰을 압수수색 해놓고도 비밀번호를 못 풀어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별개의 건이 아니다"라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면 임 전 사단장도 소환되겠지만, 지금 소환 시점을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런 탓에 공수처 수사도 권익위, 경찰, 검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앞서 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조사해지만, '총장 패싱',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지며 내홍이 크게 일었습니다. 중앙지검은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원석 총장에게도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겁니다.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특히 중앙지검 검사들은 김 여사를 조사하려고 조사실로 들어갈 때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미리 거둬서 제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선 "검사가 오히려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게 아니냐. 공권력의 치욕"이라며 "김 여사 수사 건은 이미 무혐의로 결론을 내려놓고선 김 여사한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권의 짬짜미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할 정도입니다.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일 경북경찰청은 채상병 사망 사고를 수사한 결과,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권익위도 지난달 10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느냐 여부에 대해서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바 있습니다. 경찰과 권익위 모두 판단의 근거로 '합당한 사유'를 강조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고 오히려 역풍만 불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실과 관련해 마지막 남은 수사기관은 공수처입니다. 공수처로서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설사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해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은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려 검찰로 넘기더라도 국민적 비난이 불가피합니다. 국민들의 눈치를 보자고 수사외압 의혹이 무작정 사실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공수처가 의혹의 실체도 밝히고 기대에 만족할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오동운 공수처장의 지휘 아래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전방위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오동운 공수처장의 사건 해결 의지"라면서 "수사에 성과를 내려면 집중력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공수처 인력난 등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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