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탄핵엔 한 몸, 총장패싱엔 딴 몸…검사동일체 민낯
검찰개혁·검사탄핵 등 이해관계 앞에선 일치단결
현직 대통령 부인 수사·인사권 놓고는 이합집산
입력 : 2024-07-24 17:46:47 수정 : 2024-07-24 17:46:4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 여사 황제 수사와 검찰총장 패싱 논란, 서울중앙지검장의 대검찰청 감찰 거부 등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검찰이 대검찰청 대 서울중앙지검 간의 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사탄핵 땐 일치단결하여 저항한 바 있습니다. 검찰의 조직적 이해관계 앞에선 '한몸'처럼 뭉치지만, 권력 앞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딴몸'처럼 쪼개지는 겁니다. 최근 검찰패싱 논란 등은 검찰 조직이 총장을 중심을 한 몸처럼 '상명하복' 했던 검사동일체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닷새 사이에 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속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황제 수사 논란, 그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패싱 논란, 이 총장이 진상 파악과 감찰을 지시하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를 거부한 논란 등입니다. 사태는 급박했고 면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앞서 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 수사했습니다. 수사는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조사하는 걸 이 총장과 대검에 사전 보고가 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중앙지검이 검찰 조직의 총수인 검찰총장을 패싱한 겁니다.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끝나기 2시간 전에야 보고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에 이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국민들께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지검의 처신을 비판하고, 사실상 김 여사 수사엔 특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 겁니다. 이 총장은 이어 "(김 여사 수사에 관한) 진상과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검찰청사 밖의 모처에서 수사한 이유, 자신을 패싱하고 수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대면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 총장은 이 지검장을 크게 질책하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튿날인 23일 사태는 또 급변했습니다.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 지검장이 공개적으로 감찰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겁니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검이 진상 파악에 착수하면 김 여사 수사팀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검사장이 검찰총장에게 반기를 든 걸로 해석됐습니다. 김 여사 수사, 중앙지검 인사 등을 놓고 물밑에서 숨 죽이던 검찰 내 권력 충돌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법조계는 비판 일색입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에 착수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려고 했을 때, 윤석열정부 출범 후 민주당 등이 현직 검사 탄핵을 추진할 때 조직적으로 일치 단결해 검찰 조직 보호에 나선 바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일 민주당이 현직 검사 4명(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검찰에선 이 총장은 물론 대검 참모들까지 나서 이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총장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를 근본적으로 지워버리겠다는 방탄을 목적으로 하는 시도"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랬던 검찰 조직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자 검사장급인 중앙지검장이 대검찰청 총장을 공개적으로 들이받는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이익 앞에선 한몸, 권력 앞에선 딴몸이 되는 상황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유근윤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