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뉴라이트 아니다"…어긋난 해명에 '친일 논란' 가중
독립기념관, 개관 37년 만에 첫 경축식 취소…대통령 57년 죽마고우도 "잘못된 인사"
입력 : 2024-08-12 16:58:31 수정 : 2024-08-12 18:09:1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앞두고 '뉴라이트'와 '건국절 제정'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의 시작'이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광복회와 야당이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거듭 확인하면서 '반쪽짜리' 경축식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광복절 경축식 취소 및 뉴라이트 성향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사퇴 거부 
 
김 관장은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 없다"며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나에게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라고 질문하고, '일제시대의 국적은 일본이지요.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닙니까'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일본 신민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동조하는 친일파라고 몰아붙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현 상황이 '인민재판'이자 '마녀사냥'이라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김 관장은 또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두고 '편 가르기'를 한 적도 없다"라며 "두 분을 비롯한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건국의 아버지들'로 함께 인정하자고 주장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건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자유민주를 위한 국민운동'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밝히며 1948년 8월 15일을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학자적 견해를 전제로 입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김 관장은 야권과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들이 의심하고 있는 '건국절 제정' 추진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면 역사학자의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광복회 등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들은 1948년 건국절은 그 이전에 나라가 없었다는 일본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고,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36년 식민지배가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관장은 광복회의 이 같은 입장에도 '학문적 견해'의 차이일 뿐이라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취임 당시 '친일인명사전의 오류'를 재검증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도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해 검증 작업이 끝나지 않은 분들도 있다"고 주장을 반복한 뒤 "학문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을 찾아 이종찬 광복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쪽짜리 경축식' 불가피…야 "임명 철회해야"
 
하지만 김 관장의 해명에도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식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독립기념관은 오는 15일 오전 10시에 독립운동가 후손 가족과 함께 경축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김 관장이 취임한 뒤로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김 관장의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 참여가 이유인데요.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이 열리지 않는 것은 개관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1년에도 비대면 행사를 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입니다. 김 관장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결국 김 관장의 해명 회견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광복회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다는 뜻을 분명히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윤석열정부의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직접 이 회장을 만나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인사의 문제를 강조하며 불참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는 독립운동 단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최초의 인사인 만큼 중요한데 그 최초의 인사가 이상한 작용에 의해 왜곡됐다"면서 독립기념관장 인사 공모제도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인선 과정을 문제 삼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수사기관에 공식적으로 수사 의뢰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이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57년 지기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조차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 사태를 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취해온 입장을 부정하고 있는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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