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⑬일평균 식사 2회…'직접취사' 줄고 '동행식당' 이용 늘어
직접취사 비중 높고 경제사정 안 좋아 '양질 식사' 어려워
동행식당 사업 후 거주자 86% "거의 매일 이용"…96% "만족"
입력 : 2024-08-14 06:00:00 수정 : 2024-08-14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유근윤 기자] 쪽방촌 거주자는 하루 평균 2끼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밥을 먹는 방법엔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거주자들이 쪽방에서 직접 밥을 지어서 먹었는데, 2022년 '동행식당'이 시작된 뒤로는 식당에서 적어도 1끼를 해결하고 있는 겁니다. 동행식당에 대한 만족도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다만 물가 상승으로 재료비가 같이 치솟은 만큼 동행식당의 부담을 낮추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거주자 절반은 매일 2끼를 식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끼의 밥을 먹는다'라고 답한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4년 53.5% △2015년 50.6% △2016년 54.1% △2017년 52.7% △2018년 48.1% △2019년 52.6% △2020년 53.3% △2021년 57.7% △2022년 60.5% △2023년 55.0%였습니다.
 
문제는 거주자들이 하루에 2끼의 밥을 먹는 데 비해서 식사 그 자체는 양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간 쪽방 거주자가 주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취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취사로 밥을 지어서 먹는 비율은 △2014년 77.7% △2015년 77.2% △2016년 73.9% △2017년 73.9% △2018년 68.1% △2019년 74.7% △2020년 79.9% △2021 76.2% △2022년 62.2% △2023년 57.2%로 집계됐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더구나 <뉴스토마토>가 8월6일 보도한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⑩악순환의 연속…쪽방촌 10년새 '신용불량' 큰폭 증가> 기사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들은 사업실패나 실직 등의 이유로 상당한 부채를 안고 쪽방에 들어온 경우가 많고 신용불량자 비율도 높습니다. 수중에 돈이 많지 않으니 양질의 식재료를 살 형편도 안 됩니다. 거주자들이 직접취사를 하게 된다면 대부분 라면이나 과자,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현장 활동가는 "결식도 여전히 많고, 거주자가 영양가 높은 식단으로 챙겨 드시는 게 아닌 상황"이라며 "거주환경이 열악한 만큼 특히 여름이나 겨울에 집에서 식사할 땐 음식이 상하거거나 온전하지 않을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쪽방촌 거주자들의 식사 방법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행식당이 등장하고서부터입니다.
 
서울시는 쪽방촌의 열악한 식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 8월부터 동행식당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간 쪽방 거주자가 주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취사가 1위였지만, 동행식당이 등장 뒤로는 그곳을 이용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동행식당 이용 비율은 2022년 5.6%였지만 1년 만인 2023년엔 61.1%로 급증한 겁니다.  
 
동행식당이란 서울시가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과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등 서울 5대 쪽방촌 쪽방상담소를 통해 거주자 1명당 1장(8000원) 짜리 식권 1개월치를 매달 지급하는 사업입니다. 거주자들이 동행식당에 가서 식권을 내고 밥을 먹으면 됩니다.(2023년 말부터 식권 대신 1일 8000원을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로 바뀌었습니다.)
 
동행식당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2023년 조사에서 동행식당 이용 경험은 92.2%에 달합니다.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85.6%였습니다. 동행식당 이용 경험이 있는 거주자 중 해당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무려 96.0%입니다. 이용하는 시간대는 △11시~14시(점심) 39.7% △17~24시(저녁) 27.9%입니다. 동행식당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단순히 '식사할 수 있어서'만은 아닌 걸로 풀이됩니다. 동행식당은 밥도 먹고 사회적 관계도 맺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하는 겁니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 여파로 식재료값이 높아진 만큼, 동행식당 식권의 1일 결제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쪽방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최영민 소장은 "최근 식자재 단가나 공공요금 등이 상승하다 보니까 기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가격이 오른 식당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동행식당 측에서도 원가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와서 식당과 거주자를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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