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이 소환한 '이재명 사법리스크'
이재명 대안으로 급부상…1심 선고 '분수령'
입력 : 2024-08-18 19:00:00 수정 : 2024-08-18 1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이재명 연임'으로 마무리되면서 그의 사법리스크에 다시금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신임 대표는 '방탄'을 위해 당대표 연임에 나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때마침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구심점으로 기대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향후 범야권의 대권 구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이르면 올가을 중 나올 판결에서 이재명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받을 경우, 김 전 지사의 정치 복귀도 빨라질 전망입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01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서 주먹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개 재판 막바지…10월 '중대 고비'
 
이 대표는 7개 사건으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인데요.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 달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어, 오는 10월 전후로 1심 선고가 나옵니다. 
 
가장 먼저 판결이 내려질 1심 재판은 선거법 위반 사건입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부인하면서 "국토부가 협박해 부지 용도 변경을 했다"고 답변했는데요. 검찰은 이런 발언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 판단, 지난 2022년 이 대표를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재판부는 이달 23일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6일 결심 공판에선 검찰 구형, 변호인 최후변론, 이 대표의 최후진술 등이 이어집니다. 결심에서 선고까지 통상 1달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10월 초 선고공판이 열립니다.
 
위증교사 사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 30일 변론이 종결되면 빠르면 10월 중 선고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종용했다는 내용입니다. 
 
법조계에선 이 1심 판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혐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데다, 위증 당사자인 김씨가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는데요. 
 
만약 이들 사건 중 1개라도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 자격도 상실합니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나온 뒤의 일이지만, 1심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대권주자로서 입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1심 선고 결과에 따라…김경수 '정국 상수'
 
이 가운데 김경수 전 지사가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민주당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환영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선 묘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완성한 민주당에서 김 전 지사가 새로운 '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수령은 이 대표의 1심 선고입니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일부 털어내게 된다면, 날개를 달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일극체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김 전 지사가 정작 본인의 역할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의 1심 선고 직후인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 귀국할 예정입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의 측근은 기자와 만나 "당장에 김 전 지사의 역할이 부각되지는 않겠지만 그를 포함해 이재명 대표가 아닌 민주당 내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부각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을 주목해야 함을 시사했는데요. 
 
그는 최근 장경태 전 최고위원이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김경수 전 지사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지사의 몸집 키우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인 데다, 김 전 지사가 11월에야 귀국한다는 점에서 현실성도 없다"는 비판입니다. 
 
또 다른 민주당 출신 범야권 인사도 "현재 민주당 내에서 의견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 대표의 판결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김 전 지사가 시기를 당겨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귀국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메시지 계속 내면서 분위기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김 전 지사를 포함해 야권 잠룡들 중에서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없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우려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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