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다 네이버페이 수수료가 더 높은데…손 놓은 금융당국
카드업계, 금융위원장에 성토
"빅테크만 수수료 규제 면제"
특정 업권 편들기 어렵다는 당국
입력 : 2024-08-23 15:37:42 수정 : 2024-08-23 17:44:55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377300), 토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결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훨씬 높지만, 당국은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들 페이는 사실상 카드와 같은 결제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카드사가 적용받고 있는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는데요. 카드업계는 결제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며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요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여신금융협회장 및 15개 여전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대한 규율 체계를 마련할 계획을 밝히며 지급결제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카드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캐피탈 업권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관리와 벤처투자 자금 공급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카드업권의 숙원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관련 내용이나 빅테크 기업과의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거나 사실상 '제로' 수준의 수수료율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이날 금융위원장 간담회 자리에서도 결제 수수료와 관련해 카드업계의 성토가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 "카드사의 수수료가 가맹점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카드사의 몇 곱절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드사와 빅테크가 결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카드사 입장에서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규제는 카드사만 받고 있다는 토로도 나왔습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업, 수수료 등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 즉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업계가 건의한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면서도 특정 업권의 편을 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빅테크기업에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으로 카드업계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수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권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여신금융협회에서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는 여신전문업사인 6개 카드사, 7개 캐피탈사, 신기술금융사와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했다.(사진=뉴스토마토)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여신업권에 제기하는 요구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자리"라며 "수수료 문제는 당국이 심판의 입장에서 특정 업권의 편을 들기보다는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카드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여신업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굉장히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한 부분인데 당국이 의지를 갖고 실제로 진행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회의에서도 카드업계가 바라는 제도 개선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금융위는 이날 TF 회의에서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 및 인하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수료율 최대 6배 차이
 
빅테크의 결제수수료율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보다 최대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의 카드 결제수수료율은 0.83%에서 2.19% 수준입니다. 카카오페이 0.89~%1.79%, 토스페이 1.6%~3% 수준입니다. 반면 카드사 우대수수료율은 신용카드 0.5%~1.5%, 체크카드 0.25%~1.25%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된 이후 적격비용에 기반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체계로 변경되면서 카드사들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인 3년마다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플랫폼 기업은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고 가맹점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당국의 규제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계속 내려가면서 카드사의 본업이 위태로워지는 동안 빅테크는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함으로써 고수익을 거뒀다고 주장합니다. 빅테크의 결제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높다는 지적과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꽤 됐습니다. 당국은 자율 경쟁을 통해 빅테크의 결제수수료율을 낮추겠다며 수수료 공시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결제 시스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비용 산정이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들의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기준을 개선하는 등 수수료 정책을 합리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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