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동맹' 마지막 선 넘나…'상호군수지원협정' 남았다
국방차관, 국회에서 "필요하다"발언했다 "검토 안해"번복
입력 : 2024-08-27 17:34:19 수정 : 2024-08-27 17:34:1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에게 '독도 지우기' 의혹을 제기하고, 대통령실이 직접 이를 반박하면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 데는 최근 독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뉴라이트 인사들의 전면 등장과 한·일간 군사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전된 것이 그 배경입니다.
 
특히 한·일간 군사협력은 사실상 '동맹'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고도화했다는 평가입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대 교수는 지난 24일 <한겨레신문> 기고에서 "한국과 미국은 이미 연합훈련을 정례적으로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군과 미국군은 이미 공동 표준작전절차를 수립했고, 이에 따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제 달라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한국군과 일본의 자위대가 표준작전절차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미 정보 분야의 협력은 이뤄지고 있으니 사실상의 군사동맹에 성큼 들어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도 체결
 
한·미·일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3국 간 고위급 정책협의, 정보 공유, 3자 훈련, 국방 교류·협력 등 내용을 담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에 서명했는데요,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은 이 각서 서명 직후 "3국 안보협력 네트워크라는 역사상 처음 있는 문서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기준 문서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은 각각 동맹관계인데요, 미국은 3국을 묶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는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 관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 갈등이 큰 장벽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정부가 2016년에 일본과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미국에게는 큰 결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하자, 문재인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결국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다 2022년 5월 집권한 윤석열정부가 그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을 매개로 한·일 군사협력을 본격 강화하면서, 2023년 3월에 지소미아도 원위치시켰습니다.
 
이어 같은 해 8월 한·미·일은  ‘위협에 대한 3국의 신속 협의를 공약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했고, 이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합의 등에 따라 올해 6월 한·미·일은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처음으로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 인 '프리덤 에지'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문서화·제도화해서 3국에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되돌이킬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지난 8월 채택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각서입니다.
 
정보보호협정·상호군수지원협정, 한일 군사협력 양대 축
 
이런 상황이 되면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유사시 탄약을 비롯해 식량, 연료, 수송·의료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ACSA는 지소미아와 함께 한·일 군사협력의 양대 축으로 인식돼왔습니다.
 
한·일 정부는 이미 2012년에 지소미아와 ACSA체결을 시도했으나 밀실 추진 비판이 커지면서, 당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경질된 바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지소미아를 체결하면서  ACSA도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일본이 한국의 영토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2015년 10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나카타니 켄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유효 지배영역이 미치는 영역은 군사분계선 이남"이라며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3조)을 부정한 겁니다.
 
최근에도 일본은 한·일 ACSA체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가 지난 2월 한·일 ACSA체결을 촉구한 겁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사진 가운데)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윤석열정부에서 중대 발언이 나왔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온 ACSA의 체결에 동의하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 한미일 군사협력과 유사시 대북억제력을 확고하게 하고, 우리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런 게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겁니다. 김 차관은 이후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는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검토하지도 않고 있다"고 번복했으나,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태효, 2017년에 "한·일 ACSA 조속 체결" 칼럼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ACSA 체결 주장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17년 <조선일보>에 쓴 "한·미·일 안보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 칼럼에서 "작년에 체결한 한·일 정보보호협정으로 양국이 북한에 관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돼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contingency)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ACSA 체결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으나, 일본 내 유엔사령부 후방기지를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78돌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후방기지 7곳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돼 있으며, 유엔사 후방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돼 있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후방지원 명분으로 한·일 ACSA를 재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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