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신사찰’ 못하도록 통비법으로 일원화해야”
사후통지 규정한 통신법 이원화 한계 지적
영장 등 법원 허가없는 통신조회 논란 계속
시민단체 “검찰 수사절차 사법통제 강화해야”
입력 : 2024-09-04 15:29:53 수정 : 2024-09-04 15:29:5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시민단체와 국회가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체계로 통합하고, 사법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 3000명의 통신정보를 조회한 데 대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통신법) 형식적 사후통지 제도만으로는 수사기관들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되는 통신사찰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 “통신법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과 정보주체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의 의무와 사업 효율화 등의 내용을 규정하는 법률”이라며 “통신조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통신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식으론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당의 김승원·노종면·박주민·이기헌·이성윤·황정아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했습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되는 통신사찰 진단과 해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 변호사는 “통비법과 통신법으로 이원화해서 수시기관의 프라이버시권 제약을 규율하는 건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통신법에 규정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통비법 체계로 통합해 수사권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법상 수시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은 통신법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은 통비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신이용자정보에는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또는 해지일 정보가 포함됩니다. 통신법상 수사기관들은 영장 등 법원의 허가 없이 통신이용자정보를 통신사업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반면,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이용자의 통신 일시와 위치 자료 등 보다 구체적인 개인정보들이 포함돼 있어 자료 요청 땐 법원의 허가가 요구됩니다.
 
“수시기관에 매년 500만건 통신자료 제공”
 
서 변호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개인의 사생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지만, 통신이용자정보는 인적사항일 뿐 정보보호를 달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며 “하지만 통신이용자정보가 개인 의사에 반해 공개되는 것도 프라이버시 영역이 될 수 있고, 다른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통신이용자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8월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긴급 기자설명회에서 발언을 하며 검찰의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논란 때마다 영장주의의 도입, 적법성 심사절차 강화 등 통신조회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통신법상 ‘통신자료’를 ‘통신이용자정보’로 명칭을 바꾸고, 통지 유예가 가능한 방식의 사후통지 제도를 도입하는 최소한의 통신법 개정만 이뤄졌다는 평가입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은 토론회에서 “최근 자료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들에 매년 대략 500만건 내외의 통신이용자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며 “이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고, 단순히 계산해도 전체 수시기관이 하루에 1만4000여건의 이용자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은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관련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 법원과 감찰기관의 사전적이고 사후적인 통제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에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하며 이재명 대표와 추미애 의원 등 야당 의원 10여명과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3000명이 넘는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했다”며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사찰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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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공동체부 시민사회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