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열 출자한 총수일가들…규제 완화에 사익편취 우려
총수일가 출자 해외계열사 증가세
윤정부 수출 내부거래·해외배당 감세해줘
상출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서도 빠져
법 감시망 없는 곳서 편법·불법 활개 우려
입력 : 2024-09-05 15:39:35 수정 : 2024-09-05 17:46:55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대기업집단 내 해외계열사에 출자한 총수일가들이 많아 관련 규제 완화를 배경으로 사익편취 우려가 점증합니다. 정부는 수출 목적 내부거래와 해외 계열사 배당(익금불산입)에 감세해주도록 법 시행령을 바꾼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른 세수감소, 해외로의 국부유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 보유 해외계열사는 법 그물망에서도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익편취 규제 없는 총수일가 해외법인
 
5일 공정위 및 각사에 따르면 총수 있는 기업집단(공시대상) 78개 중 18개 집단(23.1%)의 총수일가가 49개 국외계열사에 20% 이상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1년 전 13개 집단(18.1%) 총수일가가 43개 국외계열사의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데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수가 72개서 78개로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1년새 공시대상집단 수가 8.3%늘어난 데 비해 총수일가 지분 있는 국외계열사 보유 집단 수는 38.4%, 국외계열사 수는 13.9%씩 증가했습니다. 총수일가가 100% 지분 보유한 국외계열사 수도 7개 집단 소속 12개사에서 8개 집단 소속 13개사로 늘었습니다. 또 총수 2세가 100% 지분 보유하고 있는 국외계열사도 3개 집단 소속 8개사에서 5개 집단 소속 9개사로 커졌습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 들어 대기업집단 국외계열사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의 수혜를 얻게 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출 목적 내부거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에서 제외시켜줬습니다. 또 국외계열사의 배당에 대해 익금불산입 처리해줌으로써 세금을 낮춰줬습니다. 이익금 만큼 세금을 내는 게 조세원칙이지만 해외계열사 배당분은 세원에서 빼준 것입니다.
 
게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 대상인 동일인 친족범위 축소, 내부거래 공시 규제 완화(100억원 미만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불필요, 자본금 5% 이상 공시 대상 금액 중 5억원 미만 거래도 제외, 경미한 공시의무 위반 정정 시 경고 대체)도 현정부 임기 내 이뤄줬습니다. 이들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계열사가 상당한 특혜를 누리며, 이로 인해 해외계열사를 늘리고 총수일가가 소유하는 등 세원감소, 국부유출 부작용 우려가 번집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 해외계열사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채무보증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특히 공정거래법 47조 1항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는 국내회사에만 적용됩니다. 내부거래 증여세도 안 내는데, 공정거래법상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사익편취에 악용될 유인이 생긴다는 지적입니다.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 국외 계열회사가 있는 기업집단을 보면, 하이브, 효성, CJ, SK, 소노인터내셔널, 현대해상, 두산, 영원, DL, 코오롱, 장금상선, 현대차, 글로벌세아, 부영, 오케이금융그룹, 대신증권, 롯데, 셀트리온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국외계열사의 설립일은 길게는 1980년대도 눈에 띄지만 2020년 이후 설립된 곳도 다수입니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확보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해외로 일자리 옮기도록 부추기는 꼴”
 
해외계열사 배당의 익금불산입은 2022년말 세법개정 이후 시행됐습니다. 모회사가 가진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익금불산입률이 100%입니다. 또 20~50% 지분은 80%, 20% 미만은 30%가 적용됩니다. 규정대로면 총수일가 지분보다 모회사 지분이 많을수록 배당 감세효과는 커집니다. 총수일가 지분이 작아도 자사주를 늘리면 배당가능이익은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 최소 20%(상장사는 30%)이나 이들 해외계열사는 제외되는 맹점이 있습니다. 일부 해외계열사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곳도 눈에 띕니다.
 
앞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해외로부터 반입된 배당소득은 244억2000만달러(약 33조원)로 전년보다 2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국외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취지로 배당 감세해줬으나, 올 1분기 국세는 법인세가 5조5000억원 모자른 탓에 작년 동기보다 2조2000억원(2.5%) 덜 걷혔습니다. 반면, 감세로 인한 경제효과는 정량적으로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익편취 규정이 사실상 많이 무력화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국외계열사에 대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로 국외계열사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외계열사를 통해 사익편취하거나 또는 사익편취 대상이 돼서 증여세 의제 과세되는 걸 회피하는 경우들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여기에 국외계열사를 세우는 것에도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익금불산입하거나 손실 같은 것들을 (세제에)반영해주거나 하는 식으로 도와준다. 국외계열사의 사익편취는 전혀 공정거래법 규제가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는 기업들이 해외로 일자리를 옮겨가도록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공정위가 해외계열사에 대해 지분구조 파악이 어렵다는 얘길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알려진 것만 해도 상당 수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자료 제출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에서도 (사익편취 규정 제외 등)이 부분들이 빨리 수정, 반영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경제학의 목적은 효율성 못지 않게 공정성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법인세와 상속세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보니 회사업무에 충실할 수 없고 대신 해외기업 통해 사익편취하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 불법, 횡령 사고는 방지해야 한다. 해외기업을 통해 기업 이익을 빼돌리거나 불법적 행위하는 것을 막는 게 재벌이 법과 원칙대로 기업을 정도경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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