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1군 단일 브랜드로 4000세대가 넘는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는 전국을 통틀어도 흔치 않습니다. 이웃한 동일 브랜드의 단지 또는 몇 개 단지로 나뉘어 공급된 경우를 제외하면 그 희소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안양래미안메가트리아(이하 메가트리아)는 흔치 않은 수도권 1군 단일 브랜드의 4250세대 ‘메가’ 단지입니다. 동명이 101동, 201동으로 시작, 두 단지로 구분돼 있지만 두 단지 사이엔 차로 대신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을 뿐이어서 사실상 하나의 단지로 봐도 무방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천변 덕천마을을 재개발해 조성한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아파트. 사진 왼쪽이 안양천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1단지와 2단지를 가르는 경계선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상가, 게스트하우스, 시니어센터, 컬쳐센터 등이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여름 8억대에서 9억 올라서
메가트리아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덕천마을을 재개발해 조성한 단지로 2016년 10월에 입주해 이제 다음달이면 만으로 8년이 됩니다. 겉보기엔 아직 멀쩡한 준신축입니다.
안양천과 1호선 국철을 사이에 둔 곳에 안양역과 명학역의 중간, 각각 1㎞ 정도씩 떨어져 있어 역을 걸어 다니기엔 무리가 있는 애매한 입지 같지만, 안양 시내가 가깝고 이마트가 있는 비산사거리가 지척인 데다 각종 상업시설은 매머드 단지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조성돼 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무려 35개동 고층 건물로 지어진 래미안 아파트이다 보니 당시 안양 주민들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안양 시내 구도심에서 정비사업이 이어졌고 이웃한 진흥아파트도 재건축해 안양역푸르지오더샵 아파트로 옷을 갈아입고 곧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대장’ 자리에선 밀려났지만 4250세대의 존재감만큼은 여전합니다.
대단지답게 거래가 많아 들고 나기에 좋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올해에도 실거래 신고된 건수가 상당히 많은데요. 다른 주요 단지들처럼 6~8월 여름에 거래가 몰렸습니다. 이에 맞춰 시세도 올랐습니다.
112㎡(전용면적 84㎡)형의 경우 6월만 해도 8억대 중반을 넘지 못하던 거래가격이 7월에 8억대 중반을 넘어선 후 8월에는 9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세 가지 타입에서 9억원 넘게 체결된 거래가 4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79㎡(59㎡)형의 경우 한 달 정도 먼저 7억원대에 안착한 상황입니다. 그 영향으로 호가도 기세 좋게 올라 국평(전용 84㎡) 중엔 10억원을 부른 매물도 있습니다.
대단지답게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집과 도서관. (사진=김창경 기자)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의 가장 큰 단점은 철로에 접해 있다는 것이다. 방음벽이 있지만 소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사진=김창경 기자)
철로에 가까운 동들은 단차도 있다. 이 높이만큼이 주차장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거대단지, 동별 입지환경 달라
그 값을 다 치를 이유는 없습니다. 국평 기준 적정가격은 9억원 정도입니다. 동호수에 따라 여기에 1000만~2000만원 정도를 붙이거나 빼면 적당합니다.
다만, 메가트리아는 북측 끝동에서 남측 끝동까지 걷는 데만 약 8분이 걸릴 정도로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느 동호수인지에 따라 수요자의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철로를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가트리아는 북서에서 남동으로 조금씩 넓어지는 긴 사다리꼴 모양의 단지입니다. 이 큰 단지를 나눠보면, 북측 출입구와 남측 출입구가 연결된 세로 방향의 단지 내 주차장 출입로가 있고, 1단지와 2단지 사이엔 산책로가 있어 크게 4개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 철로와 가까운 114~117동, 216~218동은 비선호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상철인데다 1호선 전철 외에 화물열차도 운행하는 국철이기 때문에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 소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소음에 민감하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안양역과 시내에서 가까운 1단지와 명학역 쪽으로 가까운 2단지입니다. 1단지 입구 앞에 상가가 조성돼 있고 버스 정류장도 있어서 시내 방향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많지만 반대로 덕천초등학교가 가깝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2단지를 찾는 수요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네 구역 중 북동쪽에 위치한 101~109동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물론 조용한 걸 원하는 이들은 남동쪽을 찾습니다. 특히 남쪽 끝 208동 C타입 같은 경우 안양천변에서 유일하게 84형이 배치된 동인데다 전면이 트여 있어 이곳만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동이 안양 시내에서는 멀어도 평촌에서는 가장 가깝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동별로 차이가 있는 이런 선호도는 시세에도 조금씩 반영돼 있습니다.
안양천에 접한 동에는 대형 평형만 배치됐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단지 규모에 비해 선호 구역 내 선택지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만 봐도 2단지 매물은 많지만 1단지는 많지 않습니다. 유독 호가가 높은 매물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부 수요자들은 단지의 맨끝 208동을 찾는다. 안양천변 동 중 유일하게 전용 84형이 배치됐으며 1열 84C의 경우 앞이 트여있다. 평촌신도시에서도 가장 가까운 거리다.(사진=김창경 기자)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뒤편으로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이 보인다. (사진=김창경 기자)
진흥아파트를 재건축한 안양역푸르지오더샵에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10월 말 예정이었던 입주는 한 달쯤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사진=김창경 기자)
안양역푸르지오더샵 덕 좀 봅시다
그렇다고 비싼 가격을 다 주고 계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9월부터 시행된 대출 규제에 추석 명절까지 끼어 8월 이전까지 계약이 몰렸고 지금은 매물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웃한 신축단지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의 입주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매물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은 메가트리아에 견줄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한 2736세대 대단지입니다. 이중 687세대를 일반분양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사이 재건축 조합장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 어쩔 수 없이 입주 예정일이 한 달 정도 밀릴 것으로 보입니다.
안양에서도 유력 입지에 지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메가트리아에서도 이곳으로 옮겨가는 수요가 있습니다. 분양받은 경우도 있고 조합원도 있습니다. 즉 입주가 미뤄진 상태에서 이들이 내놓을 잠재적 매물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세 역시 안양역푸르지오더샵이 입주장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메가트리아 전세가도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집주인에겐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메가트리아에서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겐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니 매매든 전세든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특수한 그 시기가 지나면 시세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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