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3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정부 출범 후 24번째인데요. 입법부인 국회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특검법에 '셀프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당사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같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관행이 지속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그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얘기했다"며 "이게 중단되려면 야당은 하루빨리 여야가 함께 숙의하고 토론하면서 접점을 만들어가던 상임위원회 관행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도 그간 거부권 행사 법안들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된 법안을 상정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게다가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의 권한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3건의 법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직후 열릴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가 유력합니다.
그런데 3개의 법안 중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은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핵심 당사자인 만큼 '셀프 면죄부'라는 지적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21대 국회와 22대 국회를 걸쳐 김건희 특검법은 2번째, 채상병 특검법은 3번째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채상병 사건의 조사를 맡은 해병대 수사단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압력을 행사해 수사 결과를 왜곡하고 수사를 은폐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게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수사 외압의 정점으로 의심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까지 확보해 수사 중입니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에 윤 대통령도 수사 대상인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법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명품가방 수수·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외에도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8가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겨냥한 법안인 데다,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는 윤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임명 강행도 26차례…묻지마 '일방통행'
결국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반복되는 모양새인데요.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의정 갈등은 물론 지난달 29일 진행한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서도 '불통'이 드러났습니다.
거부권과 재표결이라는 무한 굴레의 유일한 해법으로 영수회담이 거론되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왜 못 하겠나"라며 "지금 인사청문회나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달라서 저도 깊이 한번 생각해 보겠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현재까지 행사한 거부권은 총 21번입니다. 가장 최근 거부권은 지난달 16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또 당시 윤 대통령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강행했는데요. 현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26번째 장관급 인사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임기 전체를 통틀어 34번이었는데,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은 벌써 26번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결국 24번째가 유력한 거부권과 26번의 장관급 인사 강행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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