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은 '모르쇠'…난데없이 '색깔론'
윤 대통령 "북 주장하자 급선회"…임종석 '평화적 두 국가론' 비판
입력 : 2024-09-24 17:28:07 수정 : 2024-09-24 19:07:10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김건희 여사의 잇단 의혹에 대해선 눈감은 채 난데없이 색깔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을 겨냥해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갑자기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평화적 두 국가론' 주장을 북한과 연결 지으며 색깔 공세를 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 반민족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 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국가·반대한민국 세력"…총선 이후 색깔론 점차 노골화
 
앞서 문재인정부의 임 전 실장이 지난 19일 열린 9·19 공동선언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지금 현실에서 남북이 통일 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판입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임 전 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론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란 여당 내 색깔론 주장과도 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라며 "통일을 포기하면, 남북의 갈등과 대립은 더 첨예해지고, 한반도의 안보 위험도 더 커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허한 말과 수사가 아닌, 강력한 힘과 원칙에 의한 진정한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평화적인 자유 통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 전 실장의 '평화적 두 국가론' 주장에 대해 야권 내부에서도 일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색깔론으로 덮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위기 순간 때마다 보수층을 결집하고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색깔론을 들고 나왔는데요. 총선 이후 한동안 정치권의 이념적 대립을 키울만한 발언을 자제해온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 "반자유·반통일·검은 선동 세력"을 언급한 이후엔 색깔론 공세를 점차 노골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첫날인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난 10일 민주평통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 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체코 순방 성과 강조…김건희 의혹에 한마디 언급 없어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국무회의에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후속조치와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체코 순방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다만 체코 원전 수주를 '덤핑·적자 수주'라고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선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최근 잇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2심 재판부가 김 여사처럼 돈을 댄 전주의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데 이어 최근에는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본지가 지난 19일자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로 보도(관련기사:"대통령과 여사에게 전화했다. 내일 김영선 발표")한 데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도 보도 이후 4일이 지나서야 처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들이 다 부인하는 상황"이라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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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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