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금융사 긴장
고의 연체 등 도덕적 해이 우려
금융사, 상환능력 감안해 채무조정 수용
입력 : 2024-10-08 14:06:53 수정 : 2024-10-08 14:06:5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개인 추심 요건 강화, 연체이자 부과 조건 변경을 골자로 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17일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채무자 보호를 통해 궁극적으로 회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 반면 금융사들은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 앞두고 당국·금융업권 점검회의
 
금융위원회는 8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은행연합회, 생보·손보협회 등 금융업권 유관기관과 함께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준비상황 및 향후 추진계획 점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연체 채권 관리의 모든 과정을 규율하는 법률입니다. 금융회사 채무자 간 직접 협의를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연체 발생에 따른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추심을 제한하기 위해 채권별 1일 2회가 가능했던 추심을 7일 7회로 총량제를 정했습니다. 기한이익 상실에 대한 사전 통지 기간은 기존 7영업일 전에서 10영업일 전으로 확대됩니다. 연체이자는 원래 대출 잔액 전체에 대해 가산 이자를 부과했지만, 법 시행 이후로는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에 대해선 연체 가산이자 부과를 금지합니다.
 
법의 취지 자체가 채권 매각과 추심에 규율을 둬 개인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금융권에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연체율이 악화하거나 업체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채무조정의 대상은 원금 3000만원 미만의 개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이나 계좌별 기준을 활용하는데요. 억대의 고액 대출 보유자가 특정 은행에 3000만원 미만 소액 채무에 대해 채무조정 요청권을 사용할 수 있어, 일부러 소액을 연체하는 등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중심의 사후적 채무조정에만 쏠려 있는 채무조정 절차에 더해 채권금융회사와 채무자간 자발적 채무조정 협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고액 대출 보유자가 소액을 일부러 연체할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사는 채무조정 내부 기준에 따라 채무자의 소득·재산 등 상환능력을 감안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채무조정을 위해 채무자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대리 신청을 했다면, 이제는 개별 금융사로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채무자에게 제도를 적극 알려야 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마포 프론트원에서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채무조정의 상생문화 정착을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시행 후 추진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당국 "회수 가치 커질 것"
 
금융당국은 개인채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회수 가치 증가로 금융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체가 발생한 초기에는 금융사의 자체적인 채무조정을 활성화해 채무자가 장기 연체의 늪에 빠지지 않고, 조기에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사의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로 채무자가 경제적 재기 기회를 가진다면, 채권자의 회수가치가 높아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금융 현장에서 법을 안착시키기 위해 김소영 부위원장을 반장으로 한 시행 상황 점검반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례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동안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금융회사 자체적인 채무자 보호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법 시행 이후에는 점검반을 본격적으로 출범해 금융현장에서의 실제 법 집행 상황을 밀착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채무자 스스로가 법률에서 보장한 각종 제도를 본인의 상황에 맞춰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금융회사가 고객인 채무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영업점을 비롯해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정책 홍보를 더욱 강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개인채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회수 가치 증가로 금융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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