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승들·친아버지 '性노리개' 된 지적장애女의 기구한 삶
초등 3학년 때 맡겨진 절에서 주지승들로부터 능욕 당해
12년만에 집에 돌아오니 친아버지가 성추행하고 성폭행
입력 : 2013-04-22 06:00:00 수정 : 2013-04-22 06: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A씨(28·여)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96년 전남 순천에 있는 한 사찰에서 살게 됐다. 지적장애 2급을 가진 A씨를 가족들이 맡긴 것이다.
 
A씨는 그 때부터 사찰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청소와 부엌일은 물론이고 낮이면 사찰에서 가꾸고 있는 밭에 나가 농사일을 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손님들 차 대접과 승려들의 심부름도 해야 했다.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사찰 주지승인 황모씨(사망)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가족들이 연락을 끊은 상태였기 때문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또 황씨의 말을 안 들으면 갈 곳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다. A씨는 때때로 찾아오는 손님들로부터도 성적으로 짓밟혔다.
 
2008년 1월 A씨는 성폭행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황씨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은 곧 꺾였다. 새로 주지로 부임한 김모씨(62) 역시 음흉한 눈초리로 A씨를 노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A씨의 사정과 황씨와 사찰 손님들이 A씨를 지속적으로 능욕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씨는 같은 해 3월 초순 A씨의 방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자신의 방으로 불러 A씨를 성폭행 했다. 이어 며칠 후에도 김씨는 자신의 방에서 A씨를 욕보였다.
 
같은 해 4월 A씨는 지옥같던 사찰을 떠났다. 경찰로부터 A씨가 사찰에 있으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고 친아버지(57)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도 A씨는 안전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자주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또 동생이 학교에 가고 나면 아버지와 단 둘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A씨는 두려웠다. 아버지 역시 A씨를 친딸로 여기지 않는 눈초리였다. 자신을 능욕한 주지승들과 같은 눈빛이었다.
 
아버지는 A씨를 데려온 지 두 달 뒤부터 A씨를 추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옷 위로 몸을 더듬더니 급기야 A씨를 강제로 성폭행하려 했으나 발기가 되지 않아 실패했다.
 
A씨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A씨의 아버지는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과 추행'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주지승 김씨도 '장애인준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아버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정보공개 5년을 명령했다. 김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정보공개 4년을 명령받았다.
 
A씨의 아버지는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으나 김씨는 항소했다. 김씨는 자신과 A씨가 결혼할 사이로 A씨가 자발적으로 성관계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먼저 자신의 방을 찾아오기도 했고, 성관계의 의미를 알지 못할 정도로 지적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범행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학대 등을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 점을 고려해 1년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4년을 명했다.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도 법 시행 이전의 범행이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정신상의 지적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신상의 지적장애로 인해 항거불능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한 것은 지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3학년의 어린 나이 때부터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사찰에서 성장하면서 사찰 주지나 공양주 보살 등이 시키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몸에 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사찰의 주지나 사찰에 찾아 온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남녀 간의 성적 행위 등 기초적인 성에 대한 인식이나 관념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비일상적인 문제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보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선고된 형 역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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