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고용해 '기업형 사무장 병원' 운영한 업자 구속기소
입력 : 2013-06-27 12:00:00 수정 : 2013-06-27 12: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의료인만이 병원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다'는 의료법을 어기고, 의사들을 원장으로 고용해 요양병원 6곳을 운영한 업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형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조수사를 진행해 의료인이 아님에도 '기업형 사무장 병원' 6곳을 설립·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정모씨(50)를 구속기소하고, 정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원장으로 고용된 의사 5명과 투자자 정모씨(68)등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4년부터 올 5월까지 투자자들을 모집해 서울 일대에 6개의 중대형 요양병원을 설립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서 의사들을 원장으로 내세워 병원을 운영한 혐의다.
 
조사결과 정씨는 병원사업에 투자할 사람들에게 연 10~12%의 수익을 약속해 자금을 모아 병원을 개설했고, 투자자들은 투자액에 따른 배당금을 받거나 자신의 친인척을 병원 직원으로 허위 등재시켜 병원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가장해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정씨가 운영한 병원들은 병상 135~355개, 연 매출액이 최소 65억에서 80억원에 이르는 중대형 '요양병원'이다.
 
검찰은 요양병원이 재활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주로 시행해 수술 환자가 거의 없고 의료 사고의 위험이 적은 점,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점, 간병 사업 등 기타 부수입이 많은 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범행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정씨가 '바지병원장'으로 내세운 의사들은 기존 병원에 재직하던 의사 또는 정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면접을 보러 온 의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병원장직을 수락한 의사는 매달 일정액의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병원장으로 내세운 차모씨는 월 2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고 있던 한의사였지만, 2012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병상 300개 규모의 서울 송파구 소재 요양병원 원장으로 급작스레 취임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 등이 합법을 가장한 의료 사업을 하기 위해 2011년 의료법인 설립을 시도했으나, 관할 관청의 반려로 무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씨가 운영한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약 1200억원 상당의 보험 급여를 사무장, 의사, 투자자 등의 재산을 압류해 환수할 예정이다.
 
검찰 역시 유사 사례가 없는지 확인하고, 아직 재판에 넘기지 않은 투자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사무장병원'은 영리 추구에만 지나치게 몰입해 환자치료를 소홀하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사무장 병원의 대형화로 개업 의사의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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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