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금감원이 총대 멨는데..예보 '결단' 내릴까
금감원, 황영기 KB지주 회장 등에 징계통보
예보위 개최 임박..우리금융 관련자 징계여부 관심
"금감원이 움직여줘서 예보 편해졌다"
입력 : 2009-08-18 14:43:04 수정 : 2009-08-18 19:18:39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금융감독당국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등에게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징계방침을 통보한 가운데, 오는 26일로 예정된 예금보험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황 회장 등에 대한 징계에 부담을 느껴온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계기로 '밀린 숙제'를 해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음달 3일 금감원의 최종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예보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예보, 황 회장 징계안건 상정 막판 저울질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오는 26일 열릴 예보위에 우리금융 실적부진과 관련된 징계안건 상정여부를 놓고 막판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우리금융과 2년마다 MOU를 맺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해 각각 반기와 분기마다 실적을 점검한다.
 
그동안 예보는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결정을 미뤄왔다. 예보는 지난해 3분기 우리금융이 MOU 이행에 실패하자 기관과 경영진에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종휘 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성과급 4.5%를 삭감당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같은 해 4분기에도 MOU 달성에 실패했다. 2분기 연속 MOU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예보위에 징계안건이 상정돼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보는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새로 취임한 이승우 사장이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안건상정을 미뤄왔다.
 
현재 예보와 MOU를 맺은 기관 중 경영실적 부진으로 기관이나 경영진이 징계대상에 오른 곳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 계열은행(광주은행, 경남은행 포함), 서울보증보험, 수협 등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관련자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들이 우리나라 금융을 움직이는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 금감원, 황영기 등 금융권 '거물'에 징계통보
 
삼성증권 사장을 지낸 황 회장은 금융계의 대표적인 'MB맨'으로 참여정부 시절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다.
  
황 회장의 뒤를 이어 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공룡 기관투자자를 움직이는 '큰 손'이고, 박 이사장이 재임 당시 수석부행장을 지냈던 이종휘 행장은 한일은행에 입사한 뒤 은행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모두 금융권에서 내로라하는 '거물'들이다.
  
우리은행은 황 회장이 재임할 당시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와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모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액의 90% 가량인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우리은행이 예보와 맺은 MOU를 이행하지 못한 데는 이같은 파생상품 투자손실의 영향이 컸다.
  
현재 금감원은 황 회장에 대해서는 '직무정지'를, 박 이사장과 이 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방침을 전달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절하지 못한 투자에 따른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직무정지 수준의 제재 방안을 황 회장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핵심 관계자 역시 "이 행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확인했다.
  
일단 오는 3일 제재심의위원회가 현재 통보된 징계수위를 확정한다 할지라도 박 이사장과 이 행장의 거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주의적 경고'란 사실상 구두성 경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은 황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에 쏠리고 있다.
  
◇ "금감원이 총대 멨다"..제재심의위 결정에 촉각
  
금감원의 이번 징계방침 통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총대를 멨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에 예보가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금감원이 '선수'를 치며 예보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달 전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할 당시, 금감원이 전면에 나서고 예보위가 뒤를 따라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금감원의 최종결정을 봐야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예상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보 관계자 역시 "금감원의 징계방침이 알려지면서 예보의 입장이 조금 편해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취임한 이승우 예보 사장은 황 회장 등에 대한 징계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가 대주주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취임 뒤 으레 이뤄지던 언론 인터뷰 일정도 잡지 않았다. 일단 현재 떠안고 있는 과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보위원은 "얼마 전 이 사장이 이 문제(우리금융 관련자 징계)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말을 들었다"며 "여러가지로 고려할 부분이 많은 만큼,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는 26일 예보위에서 이 안건이 상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예보 기획조정부 관계자는 "오는 26일 예보위가 예정돼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실무부서에서 올라온 안건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금융을 둘러싼 금감원, 예보의 움직임과 상호 역학관계를 감안할 때,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예보가 황 회장에 대해 내릴 징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보 핵심 관계자는 "황 회장 등에 대한 징계안건은 이번 달에 상정되기 힘들다"며 "다음달 금감원의 징계가 결정된 뒤 상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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