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1년)긴급대책·구조조정..숨가빴던 한해
입력 : 2009-09-14 17:15:14 수정 : 2009-09-14 18:33:35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15일(현지시간) 터졌던 리먼 사태는 미국판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 붕괴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앞서 베어스턴스가 JP모건으로 넘어갔고, 미국 정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전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계 대형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전 세계 금융시장에 급속히 불안감이 확산됐다. 생존의 기로에 선 금융회사들은 신속히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유동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향'으로 속속 복귀했다. 유동성은 말랐고 신용경색은 심화됐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단 외국자본이 재빨리 손을 털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8월말 외환보유액은 2432억달러. 그러나 넉달뒤인 12월 외화보유액은 2012억달러로 급감했다. 10월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았다면 외화보유액이 고갈날 수도 있을 지경이었다.
 
달러가 빠져나가자 환율에 문제가 생겼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때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도 속절없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외화부족, 환율급등, 주가폭락, 소비심리 위축, 유동성 고갈 등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비정상적인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경제위기' 등 10여년 전 유행했던 말이 다시 시장을 지배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금융부문에서 터진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자칫 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대책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채권발행 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자본확충펀드가 도입됐다. 외화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은행들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구조조정'이라는 살 떨리는 말도 다시 등장했다. 부실한 '플레이어'를 골라내 신속히 정상화시키고, 경우에 따라선 한계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는 은행들이 쥐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을(乙)의 지위를 갖고 있던 은행들은 구조조정 국면에서 갑(甲)으로 돌변한다.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치긴 하지만, 채권은행들의 판단에 따라 기업의 생사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일단 건설, 조선, 해운업종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용위험평가 대상인 277개 업체 중 46개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5월 45개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부실 우려가 있는 9개 그룹과 재무개선약정(MOU)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상반기 경영실적을 반영해 대기업에 대한 2차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4개 그룹이 추가로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가 진행되는 등 산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들은 나름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리먼 사태 이후 10%까지 낮아졌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말 현재 13.74%까지 상승했다.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들이 잇달아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자본확충펀드 등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일단 안정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순익 측면에서도 시장에 충격을 줬던 1분기 부진에서 벗어나 2분기에는 나름대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면 은행권에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다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은행은 여러가지 숙제를 떠안는다. 기업으로서 수익을 내고,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고 여기에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요구받는다. 은행권의 체질개선 없이 위기 극복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민규 KDI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나 예대마진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었다"며 "그러나 약 3개월 전부터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등 개선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좀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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