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에 힘 쏟는 정책금융기관…"목적·특성 반영해야"
(11개 정책금융기관 비교검증)(5)사회적 책임(S)
사회공헌 활동, 매출 대비 기부율 0.09% 수준"
"사회적 책임은 정책금융기관 존재의 본질"
입력 : 2024-09-06 06:00:00 수정 : 2024-09-06 0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B 기자] 최근 ESG 경영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정책금융기관들도 ESG를 기관 경영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인식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증진이라는 설립 목적을 가진 정책금융기관은 ESG 경영의 핵심 요소인 사회적 책임에서 더욱 선도적인 역할이 요구되는데요. ESG를 외면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듯, 정책금융기관도 ESG 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존재 가치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6일 주요 정책금융기관 11곳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사회적 취약계층 및 중소기업 지원 △지역 경제 발전 및 균형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의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기부율 0.09%에 불과… 사회공헌 '미흡'
 
정책금융기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입니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의 설립 목적과도 일치하는데요.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계층에 금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의 기부나 봉사활동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의 지역사회 공헌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올 초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사회공헌 관련 항목이 추가되면서 정책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의 전체 매출액 대비 평균 기부율은 0.09%입니다. 이는 지난 1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2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 비율(0.1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관별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0.59%로 가장 높은 기부율을 기록했으며, 기업은행(0.11%), 한국산업은행(0.02%),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각 0.06%)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벤처투자(0.01%)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0.003%)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부율을 보였고, 신용보증기금은 단 300만원을 기부해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봉사활동을 통해서도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031회의 봉사활동을 펼쳤고, 신용보증기금(155회), 한국무역보험공사(150회), 주택금융공사(105회), 수출입은행(57회)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반면, 산업은행(19회), 기술보증기금과 HUG(각 15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24회), 한국벤처투자(9회)는 이들에 비해 활동 횟수가 저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기업은행은 지난해 서민금융 상품으로 1조880억원을 공급했으며, 기술보증기금은 은행연합회와 중소기업 금융비용 경감 협약을 맺어 3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HUG도 국민은행과 함께 'KB상생결제론'을 운영하며 중소기업에 유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사회투자펀드를 조성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
 
기술보증기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6월 부산 수영구 민락골목시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가는 날 '장본Day' 행사를 실시했다. (사진=기술보증기금 제공)
 
정책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활동 중 지역 경제 지원도 중요합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며, 지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금융공사는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산경제활성화기금(BEF)'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벤처투자는 '지역혁신 벤처펀드'를 통해 각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에도 힘써야 합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매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2023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최우수' 등급을, 기술보증기금은 '우수' 등급을, HUG는 '양호' 등급을 받았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대기업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15곳에 237억원 규모의 '공동프로젝트 보증'을 제공해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성장 기회를 확대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동반성장 네트워크론'을 통해 협력 기업에 자금을 선대출하고 납품 후 발주 기업이 상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사회적 책임 활동 선도해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함께 '참좋은 동행 일자리 박람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정책금융기관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입니다.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때 기관에 대한 신뢰와 평판이 높아지며, 이는 장기적 성과와 안정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는 정책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해당 평가는 기관의 청렴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2023년도 평가에서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는 2등급을, 무역보험공사는 3등급, HUG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4등급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기관의 고유한 설립 목적과 특성을 반영한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관 존재의 본질이기에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 전반의 인식과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처럼 단순히 ESG 성과를 쌓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기관의 특성에 맞춰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ESG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특히 정책금융기관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영역, 즉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이들의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B 기자 sj.o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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