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4도 하루아침에 29만원…단통법 8년 자화상
프리미엄 신제품 나올 때마다 불법판매점 기승
단통법 3차례 법개정에도 이용자 차별 잡지 못해
이용자들 "악법이다"·소비자단체 "폐지해야"…윤석열정부 규제심판대로 올려
입력 : 2022-09-06 06:00:44 수정 : 2022-09-06 06:00:4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갤럭시Z플립4 29만원'. 갤럭시Z플립4가 지난달 출시되자마자 일명 불법판매점을 통해 풀린 가격이다.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이나 10만원 안짝 차이에 불과하다. 잡은 고기까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동통신사들의 전략이다. 월 9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써야 하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출고가 135만3000원인 이 제품에 대해 대략 공시지원금 50만원과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제하고 나면, 산술적으로 77만원가량이 불법보조금이 지급됐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6일 "전국 1만5000여개 수준인 판매·대리점 가운데 대략 50군데 정도가 이 가격을 구경했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일반 유통망보다 2배에서 많게는 3배의 판매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이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통사들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취합하는 수치를 통해 가입자가 경쟁사에 빼앗기고 있는 정황이나 방통위에 보고되는 벌점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게릴라성으로 지원금을 퍼붓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결국 가입자 순증과 순감을 지원금 규모를 통해 조절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9월30일 서울 명동의 한 SK텔레콤 매장에 단통법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보조금을 통한 이통사들의 가입자 뺏기는 비단 갤럭시Z플립4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상반기 갤럭시S22를 물론이고, 지난해 갤럭시Z플립3 등 매해 프리미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 구조를 만들어 이용자 차별을 막는다는 취지로 2014년 10월1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단통법의 위법 여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율규제 방침에 따라 이통3사와 KAIT의 자율규제 사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보니, 불·편법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통법은 시행 이후 총 3차례 법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7월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같은 해 9월 지원금 상향제 일몰 및 추가 지원금 한도 15% 설정 이후 2018년 5월에는 부당한 유심 유통 강요 금지 등이 조항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 차별 요건은 바로잡지 못했다. 
 
이에 방통위는 불법 보조금에 의한 시장 혼탁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5월 유통망 추가지원금 한도를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 건전성을 위해 최소한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경쟁 활성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정보통신방송 법안소위(법안 2소위)에서 법안처리를 보류됐고, 계류 중이다. 단통법 필요성에 대해 여야 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이 오히려 차별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국회도 이용자 차별을 우려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싸게 살 권리를 법으로 막았다며 단통법은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정책 감시단체인 컨슈머워치는 지난 4월 규제개혁신문고를 통해 "단통법은 사실상 정부가 단일 가격제로 고정하는 결과와 유사한 시장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에 대해 폐지를 요청했다. 윤석열정부는 최근 규제심판제도의 7대 과제 중 하나로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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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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