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마다 남측에 책임전가…'7차 핵실험' 명분쌓기 수순
군, NLL침범 북 상선에 경고사격…북, '방사포 10발 사격' 대응
북 참모부, 오히려 남측에 책임 돌려…북 책임전가, 이번에만 '3차례'
핵실험 등 또다른 도발 명분 확보 목적…"향후 고강도 무력시위 명분쌓기용"
입력 : 2022-10-24 17:07:16 수정 : 2022-10-24 17:07:16
지난 2020년 3월13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관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은 최근 잇단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7차 핵실험' 수순으로 가기 위한 명분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19 남북 군사합의가 파기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북한 상선 1척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남측 함정이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면서 '방사포탄 10발을 위협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3시42분경, 서해 백령도 서북방(약 27km)에서 북한 상선(무포호) 1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은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을 통해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NLL 이북으로 물러났다. 이후 북한은 우리 군의 북한 상선 퇴거 조치에 대응해 이날 오전 5시14분쯤부터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10발을 발사했다.
 
이에 합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조치에 대해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적반하장식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북한은 총참모부 발표를 통해 방사포탄 사격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군이 서해 NLL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가했다며 오히려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오늘 새벽 3시50분경 남조선 괴뢰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km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km 침범하여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전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중국의 당대회가 끝나자 마자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하고 우리 군의 정당한 퇴거 조치에 대해 방사포로 위협사격을 한 것은 북한의 의도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 상선이 군의 사전 승인 없이 새벽에 NLL을 침범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북한이 2015년부터 군사시설 작업을 했다는 무인도 5곳중 1곳인 갈도에 군사시설이 보이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방사포 사격을 남측의 책임으로 돌리는 행태는 다분히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하며 남측에 책임을 전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장전 일대와 서해 장산곶 서쪽 일대에서 포병사격을 한 데 대해 "적들의 고의적인 도발책동에 다시 한 번 명백한 경고를 보내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또 18일 심야에 발생한 황해도 장산곶과 강원도 장전 일대의 포병사격에 대해서도 "적들의 북침전쟁연습인 '호국 22'가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감행됐다"며 또 다시 책임을 전가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우리 군의 군사적 대응이나 정례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접경지역 인근에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계속해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처럼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정세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넘기며 또 다른 도발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도발의 정점은 7차 핵실험으로, 결국 이를 감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핵실험 명분을 쌓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당장 이날부터 27일까지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서해상에서 실시되는 실기동 합동훈련과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혈맹인 중국의 최대 행사가 끝났다는 점에서 부담도 덜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무력도발에 대한)정당성을 계속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자신들의 (무력도발이)정당한 대응이라는 논리를 계속 만들고 확산하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앞으로 고강도 무력시위를 하는 데 있어서 명분쌓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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