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58조인데…주식 양도세 완화, 또다시 '부자감세'
국무회의 통과한 주식 양도세 과세 '50억원 완화'
오는 28일 공포…내년 1월부터 적용
"세수감소 불가피…정부 스스로 조세원칙 부정"
입력 : 2023-12-26 17:23:07 수정 : 2023-12-26 17:47:04
 
[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김소희·이민우 기자]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 완화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자산가를 위한 '부자감세' 지적은 끊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역대급 세수결손에도 또다시 감세 정책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의 재정 여건에 적잖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기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양도세 과세 완화 '국무회의 통과' 
 
해당 개정안은 오는 28일 공포 예정으로 올해 말 기준 종목당 주식보유액이 50억원 미만이면 내년도 주식 양도분부터 과세하지 않습니다.
 
현재 상장주식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종목당 일정 지분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또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에 대해 과세하고 있습니다. 과세표준은 3억원 이하분은분은 20%,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매년 연말이면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일부 고액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연말 주식매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에 따라 시장 안정성이 제고되고 투자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기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표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기준 개정(안).(표=뉴스토마토)
 
 
대주주 과세대상 70%↓…'부자감세' 지적
 
다만 정부의 이번 조정으로 양도세 과세 대상이 줄고 일부 자산가들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가면서 '총선용 부자 감세'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한 종목의 주식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총 1만3368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유가증권시장 2088명, 코스닥시장 2073명 등 총 4161명으로 새 대주주 기준이 적용되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은 약 70%(9207명) 가까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전형적인 부자감세 정책"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과연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면서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걸 찬성한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현행 대주주 요건이 과도하게 낮다며 기준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종목당 100억원으로 출발한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은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점진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원 훌쩍 넘는 현재의 물가를 생각하면 대주주 기준을 10억으로 설정한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대주주 범위가 좁혀지면서 정말로 자금력이 되는 일부 사람들만 대주주 타이틀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기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딜링룸 전광판.(사진=뉴시스)
 
"세수 감소 불가피…조세 원칙 무너져"
 
무리한 부자감세가 정부의 세수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50조4000억원(14.2%) 줄어드는 등 올해 세수부족분은 58조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세수감소 규모가 크지 않을 거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부분의 시가 총액은 50억원 이상인 분들, 지분율이 많은 분들, 정말 대주주인 분들이 갖고 있어서 세수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수가 감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세수 감소의 영향이 없다는 것은 정부가 세수 감소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달리 말한 것으로 세수 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이번 결정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정부 스스로 깨트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김유진·김소희·이민우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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