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 줄기 전에…아파트 계약일까지 당겼다
5대 은행 주담대 이달 들어 3조 늘어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 몰려
입력 : 2024-06-18 14:31:33 수정 : 2024-06-19 08:11:09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 현재 전세집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오는 11월께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아파트 매입을 생각하고 있다가 매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다음달부터 은행 대출한도가 줄어든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결국 전세 만기 전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내년에 막내 딸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목동 아파트를 매입하게 됐다"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해서 급하게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스 DSR 확대시 한도 줄어
 
다음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규제 강화 전 주담대를 받으려는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7월부터 가계대출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49조2454억원으로 지난달 말 546조3060억원에 비해 2조9394억원 늘었습니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입니다. 1년에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은행권은 지금까지 DSR 40%를 적용해왔습니다. 연 5000만원을 버는 차주라면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대출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가산금리를 부과하면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셈인지라 DSR을 맞추는 과정에서 대출 한도가 감소합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내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 시점(매년 5월·11월 기준)의 금리를 비교해 결정됩니다. 단 일정한 수준의 하한(1.5%)과 상한(3.0%)이 존재합니다.
 
앞서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3단계로 나눈 스트레스 DSR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적용하는 1단계를 시행했습니다. 7월부터 적용되는 2단계는 스트레스 금리의 50%가 적용됩니다. 과거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와 현 시점 금리의 차가 1.5%이내라면 하한 스트레스 금리 1.5%의 50%인 0.75%가 가산됩니다.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 연 4.0%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다른 대출이 없다면 스트레스 DSR 적용 전에는 최대 3억4900만원을 빌릴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DSR 적용 시 대출한도는 1단계(0.38%) 3억3350만원, 2단계(0.75%) 3억1950만원까지 줄어듭니다.
 
소비자들, 대출 시점·종류 고민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의 장점이 더 뚜렷해집니다. 고전금리 대출은 변동금리에 비해 차주가 겪는 금리 변동 위험 수준이 낮아 완화된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30년 만기 혼합형 대출의 경우 고정기간이 5~9년인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60%만 적용됩니다. 주기형 대출은 금리 변동 위험이 더욱 낮아 같은 기간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30%만 적용됩니다. 연봉 5000만원 차주가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한 연 4.0% 금리 주담대를 실행할 때 한도는 각각 혼합형 3억3000만원, 주기형 3억3950만원입니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는 들썩거리는 반면 고정금리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0.02%포인트 오른 3.56%를 기록했습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912%에서 지난 17일 3.506%로 떨어졌습니다. 이달 17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는 연 3.72~6.48%로 고정금리 주담대(연 3.04~5.72%) 보다 높습니다.
 
다만 정책금리 기조 전환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금리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고, 기준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면 변동금리가 이자액을 적게 내는 데 유리할 수도 있지만 한도를 최대한 많이 받고자 하면 혼합형이나 주기형이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 시행이 예고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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