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3대 난제 '산 넘어 산'
근본 개혁 없는 지급보장, '포퓰리즘의 극치'
공무원연금 적자 10조원…"세금으로 부담해야"
입력 : 2024-07-02 16:55:31 수정 : 2024-07-02 19:10:5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실기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에 시동을 걸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른바 '국민연금 국가책임제'는 지난 21대 국회 때 '선 모수개혁'을 주장한 민주당의 카드 중 하나였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시 '선 구조개혁'이 먼저라며 국민연금 국가책임제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전례 없는 여소야대인 22대 국회 들어 관련 발의가 잇따르면서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가 정국 화약고로 부상할 조짐인데요. 다만 지급보장 법제화는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만큼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의 극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 지급 법제화 땐 보험료 수입을 벗어난 연금급여 지출(미적립 부채)이 정부 부채로 잡힌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종합상담실 (사진=연합뉴스)
 
①국민연금 개혁 동력↓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적립금 고갈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국민연금기금 재정수지 및 적립금 전망(2023~2093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2039년에 최고치에 도달한 뒤 2040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2055년에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본질적인 개혁없이 지급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안은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자가 가입 기간 벌었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 수령액의 비율) 44%·보험료율 13% 인상입니다. 이마저도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막판에 무산됐는데요. 
 
연금연구회 추산에 따르면 국회에서 논의된 안으로 계산해도 반드시 지급해야 할 부채인 '미적립 부채'가 2050년에 3.5배까지 늘어납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70년 뒤 미적립부채가 더 늘어나는 것을 연금개혁이라 하고 있다"며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장기 재정추계(제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더라도 보험료를 20% 가까이는 걷어야 미적립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윤 위원은 "재정안정에 필요한 기준보다 보험료를 적게 올리면서 지급보장 조항을 만드는 것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연금을 더 받겠다고 미래세대를 희생시키는 '사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②기재부·복지부 간극
 
정부부처 간 입장도 엇갈립니다. 실제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내용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복지부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의무 조항을 삽입한다는 내용이 연금개혁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연금 재정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이 적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말 내놓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 근거'를 국민연금법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기재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습니다. 보험료를 얼마나, 어떻게 인상할지 등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의견인데요. 국고 지원을 무턱대고 확약하면 미래 재정 불안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미적립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재정 당국에서는 난색을 표한 겁니다. 
 
조동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실효성 없는 명문화
 
이미 국가의 지급보장 제도가 도입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사례를 볼 때 지급보장 명문화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석명 명예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무원이 150만명이 안 되는데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보존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 연금 개편 시 지급조항을 만들면서 오히려 이런 폐단이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또 "연금개혁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자주 비교되는 독일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보다 보험료를 두 배 정도 더 내고 있는 데도 받는 연금 액수는 비슷하다"며 "이마저도 지난 50~60년 동안 우리나라보다 보험료를 5~6배 더 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정부는 국민연금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처참한 지 미적립부채 등 모든 정보를 밝히고 공무원 연금 계산서도 공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출산율 0.7도 안 되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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