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매몰비용' 3천억…상처만 남은 'K-컬처밸리'
30조 경제효과 기대한 K-컬처밸리, 8년 만에 좌초
경기도 "CJ 요구로 지체보상금 감면하면 특혜·배임"
"전면 백지화 아니다"…사업 정상화 속도는 미지수
서울시, '서울 아레나' 착공식 가져…뒤쳐진 경기도
입력 : 2024-07-03 16:55:08 수정 : 2024-07-03 17:16:0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사업 계약을 해지하면서 서로 간 상처만 남게 됐습니다. 경기도 측에서 추정한 매몰비용만 3000억원에 달합니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됐을 경우 기대됐던 '경제 파급효과 10년간 약 30조원, 취업유발효과 20만명' 등도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와 CJ그룹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32만6400㎡(약 10만평) 규모 도유지에 예산 1조8000억원을 투입해 K-팝 전문 아레나(CJ라이브시티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경기도는 지난 2016년 5월 CJ 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와 기본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8년 만에 결국 좌초됐습니다.
 
1일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라이브시티와 사업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사진=경기도청 제공)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1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해 현행 사업시행자와 협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비전과 방식과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부지사는 계약 해지 이유로 사업 전체 공정률이 3%에 불과한 점, CJ라이브시티가 경기도에 요구한 사업 지체보상금 감면을 수용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이어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지체상금 감면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자기 입장을 변경했다"며 "법률 자문을 해보니 만일 지체상금 감면을 해주면 특혜·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사진=CJ 제공)
 
경기도 "매몰비용 3000억대…사업 백지화는 아냐"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3000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종돈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사업계획서 등을 검토했을 때 3000억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CJ라이브시티로부터 토지 반환 비용 등을 받게 되면 2000억~3000억원 정도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는 예상치이며, 구체적인 비용 발생 근거와 수치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기도는 CJ와의 계약해지가 K-컬처밸리 사업 백지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 부지사는 "K-컬처밸리는 공공주도의 공영개발방식으로 재추진할 예정"이라며 "기존 고양시 내에 위치한 방송영상밸리, 킨텍스 등 관광·마이스 산업 기반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있는 K-컨텐츠 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CJ라이브시티와 공방전 이어질 가능성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와 지체보상금 규모를 두고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측이 각각 제시한 지체보상금액 차이가 크면 법적 공방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지체보상금 규모가 1000억원 정도라고 추산합니다.  
 
CJ라이브시티 측도 1일 입장문을 내고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2월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전력 공급 유예' 통보와 그에 따른 경기도의 대응이 아쉽다는 입장입니다.
 
K-컬처밸리, 정상화 미지수...서울시는 '서울 아레나' 착공
 
K-컬처밸리를 공영개발로 전환해 추진하더라도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도청 관계자는 "이제 원점"이라며 "구체적 개발 방식, 예산, 일정 등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최대한 빨리 계획을 수립해 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K-컬처밸리 사업이 워낙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인 만큼, 한번 좌초된 걸 되돌리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관측합니다.
 
2일 '서울 아레나' 착공식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사진=뉴시스)
 
반면 서울시는 지난 2일 '서울 아레나' 착공식을 진행, 경기도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 근처에 들어설 서울 아레나는 최대 2만8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1만8269석 규모의 K팝 중심 음악 전문 공연장입니다. 2027년 3월 준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시는 서울 아레나가 동북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가 무산되면서 서울시에 국내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타이틀도 뺏겼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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