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치정국에 개원식도 패싱…국회 정상화 요원
민주 '입법 폭주' vs 국힘 '개점휴업'
입력 : 2024-07-12 17:18:46 수정 : 2024-07-12 17:18:46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개원식을 열 수 있을지 없을지 미지수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기간 지연' 기록을 세웠던 지난 21대 국회보다 개원식이 더 늦어질 거란 우려까지 나오는데요. 여야 극한 대립 속에, 사상 처음 개원식을 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거론됩니다.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처리 이후 국회 파행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22대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평행선을 유지하며 개원식마저 연기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례없는 '여당 보이콧'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식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당초 예정일은 지난 5일이었는데요.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상정하고, 여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방해했다며 개원식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에까지 불참까지 요청했습니다. 
 
여당 '보이콧'으로 불발된 국회 개원식이 언제 열릴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역대 가장 늦은 국회 개원식은 직전 21대 국회로, 임기 시작 만 48일 만에 열렸습니다. 이날은 22대 국회 개원 42일째로, 역대 가장 늦은 개원식 기록이 4년 만에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1988년 문을 연 13대 국회를 포함, 14·16·17·20대 국회는 모두 7월 이전에 개원식을 했습니다. 15대(7월8일), 18대(7월11일), 19대(7월2일) 등은 비교적 늦은 개원식을 치렀지만, 7월 중순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7월15일 이후 개원식을 한 건 21대 개원식(7월16일)이 유일합니다.
 
그간 여야는 '15일 국회 개원식 개최'를 두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사실상 무산이 됐습니다. 책임을 서로에 떠넘기기만 해, 개원식이 9월 정기국회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데요.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대통령의 개원 연설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시정연설로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개원식은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탄핵 청원 청문회가 헌법·법률에 위배돼 원천 무효고 증인이 출석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날에는 탄핵 청원 청문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개원식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힘 거부로 협의가 어그러졌다는 입장입니다. 개원식 없이 국회를 열고 주요 사안을 처리한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는데요. 이날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으로선 개원식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개원식이 없어도 의사일정은 진행할 수 있다. 아예 안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야 평행선…곳곳 '지뢰밭'
 
문제는 '강대강' 대치가 더 심화할 거란 점입니다. 채상병 순직 1주기(7월19일)가 다가오면서 여야 대치 전선이 더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는 15일이 개원식의 마지노선이었다는 분석인데요.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국민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2차례 청문회를 실시하는 건,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등 39명을 증인으로, 7명을 참고인으로 부르는 건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이어 이날에는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7명에 대한 출석요구서 제출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했습니다. 50여분의 실랑이 끝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안내실에 진입해 출석요구서를 두고 나왔지만, 이후 대통령실은 "접수할 수 없다"며 출석요구서를 가지고 나와 땅바닥에 두고 갔습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적법하게 송달을 마쳤다. 그 서류를 다시 가져와 땅바닥에 내팽겨친 것은 명백하게 현행범이고 송당방해죄이고 고용서류무효죄도 성립 가능하다"며 "대통령실은 이런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습니다.
 
상임위원회도 이미 곳곳이 가시밭길입니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했고, 8~9일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는 취소됐습니다. 7월 국회에선 검사 4인(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탄핵안을 다룰 법사위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공방의 최전선이 될 전망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보이콧이 본회의 표결을 앞둔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채상병 특검법'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역대 국회가 개원식을 생략한 전례가 없는 만큼, 여야는 막판까지 물밑 협상을 이어갈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 모양새를 취하며, 여당에 개원식을 열자는 것도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탄핵 청문회가 예정된 윤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강경 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15일 개원식은 쉽지 않다"며 "야당 단독 개원식을 불가능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개원식을 하지 않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개원식을 공식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초대 인사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우회하거나 약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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