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게임 문해력' 높이겠다"
('게임중독' 프레임)③조승래 의원 인터뷰
'게임은 문화예술' 법 개정 산파 역할
청소년보호법상 게임 '중독' 삭제 추진
'게임 정책 포럼' 준비 "초당적 20명 기대"
"ICD-11 공론화 계속 해 국민 관심 높이겠다"
입력 : 2024-08-12 06:00:28 수정 : 2024-08-12 06:00:2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과 질병을 연관지은 현행법이 게임에 대한 편견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게임이 한편으론 콘텐츠 수출 효자 취급을 받다가도, 사회 문제 원인으로 쉽게 지목받는 배경엔 입법 기관인 국회의 몰이해가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에 게임이 문화예술 지위를 인정 받도록 하는 데 기여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에게, 게임 질병화 예방을 위한 의정 활동 현황과 계획을 물었습니다. 조 의원은 "'포켓몬 고'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즐겨 했는데, 최근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라스트워'를 하고 있다"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게임이 지니는 긍정적 가치를 국회에서 계속해서 설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의정 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조승래 의원실)
 
게임 인식 개선 선행돼야
 
조 의원은 종합예술인 게임이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2020년 문화예술의 정의에 게임을 포함하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개정안은 2022년 통과돼 시행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된 '게임이용장애'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9)에 도입할 지 여부를 두고 각계가 대립하는 상황인데, 이미 현행법엔 게임 이용과 질병을 연관지은 표현들이 버젓이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은 "게임산업법에도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21대 국회에서 중독 표현 삭제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적이 있다"며 "중독이라는 표현은 주로 생체가 약물 등 독성으로 인한 기능 장애를 일으킬 때 사용하는 용어로 상당히 부정적인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까지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게임 과몰입'과 같은 용어까지 법에서 삭제되기 위해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더 수반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게임 중독 표현 삭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조 의원은 청소년보호법상 게임 '중독' 삭제안을 재발의했는데요. 행정부 소관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엔 '게임 중독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표현이 남아있어, 사회적 합의가 요원합니다.
 
조 의원은 "관련 내용들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WHO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민관협의체에서 해당 부분을 논의하고 있는데, 논의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속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고취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부분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입법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선 그동안 정부가 ICD를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정해진 수순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주관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이 첨예하다보니 논의 진행이 쉽지는 않다"며 "WHO에서 처음 게임질병코드를 등재했을 때 해당 문제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자고 국무총리에게 제안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 국무조정실 등을 소관으로 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 만큼, 해당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본래 민관협의체에서 하반기에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실태조사에서 사용하는 진단도구 등의 정합성 문제로 한 번 더 연구용역이 진행될 예정인데, 잘못된 기준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계속 살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조승래 의원은 9월 '제22대 국회 게임 정책 포럼'을 발족하고 발대식도 열 예정이다. (사진=조승래 의원실)
 
게임 문해력, 여당과 함께 높인다
 
앞서 조 의원은 20·21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게임 포럼을 운영하며 정치권의 '게임 보는 눈'을 키웠는데요. 올해 9월엔 이 포럼을 확대 개편한 '제22대 국회 게임 정책 포럼'을 발족하고 발대식도 열 예정입니다.
 
조 의원은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준비위원장 체제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9월 발대식까지 초당적으로 의원 20명 정도를 모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권의 '게임 색안경'은 짙습니다. 최근엔 실제 게임의 내용은 알아보지 않고, 게임 캐릭터의 성상품화를 주장한 정치인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국회 내 반게임 정서에 대해 조 의원은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지속되다보니 국회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임 리터러시(문해력), 게이미피케이션(매체의 게임화)처럼 게임의 긍정적 기능들을 체감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이 계속돼야 하는데, 국회 게임정책포럼에서 이런 활동을 꾸준하게 해 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통계청이 2025년 10월쯤 KCD-9 초안을 작성할 전망인데, 한 번 초안이 쓰여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게 게임계 안팎의 우려입니다.
 
조 의원은 "우선 민관협의체 활동이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며 "특히나 정밀하지 못한 진단도구로 왜곡된 실태조사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 자체로 사회적 파장이 발생할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국무조정실과 계속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통계청 등 국내 질병코드 도입 절차 등을 확인해 해당 논의가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라며 "한편으로 해당 이슈를 계속 공론화해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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