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연기·대표 패싱'…윤·한 '5차 충돌' 확전
커지는 의정갈등…대통령실 강경론에 한동훈 '역제안'
입력 : 2024-08-28 17:34:15 수정 : 2024-08-28 18:45:3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의정 갈등이 5차 '윤(윤석열 대통령)·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대란 사태에 '의대 증원 유예'를 출구 전략으로 제시하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는데요. 사실상 여당으로부터 어떤 조언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대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초읽기에 들어간 양측의 만찬도 추석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만찬 돌연 연기…깨진 '윤·한 신뢰'
 
대통령실은 오는 30일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전격 연기했습니다. 한동훈 대표 체제 당직 인선이 완료된 후, 당정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는데요. 이번 만찬 회동은 한 대표가 '증원 유예' 제안을 대통령 앞에서 직접 테이블에 올릴 걸로 예상돼 정치권의 의료계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석 민심을 듣는 게 우선이라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루게 됐다"며 "당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 설명과 달리, 통보는 일방적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이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만찬 연기를 알리기 전에, 추경호 원내대표 측에만 이 내용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뒤 '원내대표 측에만 만찬 연기가 사전 통보됐다'는 지적에 "그건 모르겠고, 따로 이야기 들은 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윤·한 갈등은 '당대표 패싱' 논쟁으로 옮겨붙으며 확전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애초 만찬 연기 결정을 두고서도,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제안에 불쾌감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논란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최악 땐 전면전…여권발 자중지란 
 
당분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 기싸움은 불가피합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사과 요구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황상무(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 엇박자 △김 여사·한동훈 문자 공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반대에 이은 5번째 충돌인 데다, 직전 갈등으로부턴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광복절 특사로 복권시킨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이미 결정된 것인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확전은 막았습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른데요. 특히 이번엔 한 대표 태도가 완강합니다. 의료대란 징후가 현실로 연결된다면, 후폭풍은 고스란히 당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을 만나 의정 갈등 상황을 논의한 것도 '대통령실에 당심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실을 정조준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지난 26일 오전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이 "(증원 계획을 건드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쐐기를 박았음에도 증원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겁니다.
 
한 대표는 오히려 대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강수를 둔 셈인데요. 이틀 연속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대통령실이 거부하려면 다른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또 한 번 퇴짜를 놨습니다. 이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건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며 "실현 가능성 없는 대안"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결국 재점화된 윤·한 갈등은 격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정부와 협력해야 할 여당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게 불만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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