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도 비켜간 쪽방촌)①"고향 갈 차비라도 있었으면…"
가족 보고 싶지만 비싼 교통비 부담…시청 "별도 예산 편성 안 돼"
기초수급자 8년새 20%p ↑… 10년간 '가족 없어 외롭다' 70% 넘어
입력 : 2024-09-20 06:00:00 수정 : 2024-09-20 08:42:18
[뉴스토마토 안창현·유근윤 ·차종관 기자] <뉴스토마토>는 쪽방촌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가족·친구·연인이 함께 놀러 나온 시내를 지나 골목으로 한참 깊숙이 들어간 끝에 만난 쪽방촌은 명절마저도 비켜간 모습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는 연휴였지만 쪽방촌 거주자들은 가족·친지도 없이, 고향에도 가지 못한 채 쓸쓸하게 좁은 방에서 혼자 고독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편집자) 
 
"고향? 가고는 싶지. 팔다리도 제대로 못 써서 이동도 힘들고 주로 집에 있어. 차비도 없어. 그래도 과거에는 시청에서 고향 가는 걸 도와주기도 했는데…요즘은 아니야."(서울 종로구 창신동 거주자 이모씨)
 
이씨는 이빨이 상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쪽방촌의 찜통 더위는 명절 때도 기승을 부린 탓에 이씨는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하지만 명절 때 고향에 가지 못하고, 찾아오는 가족도 없다는 말을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람을 못 만나니 외롭다"고도 했습니다. 이씨는 고향(전북 고창)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할 땐 5분 넘게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창신동 쪽방촌에서 만난 이모씨.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사진=뉴스토마토)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68)씨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습니다. 교통비가 비싸 부담이 된다는 말도 꺼냈습니다. 김씨는 "추석도 평소와 똑같이 지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주변 쪽방촌 주민들과 담소를 나눈다"며 "외롭다. 최근 아버지 산소를 직접 다녀왔다. 교통비가 비싸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추석 때 귀향길 가는 것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쪽방촌을 담당하는 서울시청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서 차비를 지원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지난 2016~2018년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후원금을 통해 교통비를 지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서울역 건너편,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만난 장재우(79)씨는 "추석이야 갈 데가 없으니까, 집에 있다. 여기 들어오게 된 것은 어려운 사람들, 기초수급자 신청한 사람들인데 나는 몸이 안 좋아서 나라에 수급자 신청을 해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은 만큼, 고향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7월19일 보도한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①(단독)기초수급자 비중 8년새 54%→74%> 기사, 8월6일 보도한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⑩악순환의 연속…쪽방촌 10년새 '신용불량' 큰폭 증가기사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고 한달 벌이는 10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실직·사업 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쪽방촌까지 넘어오게 된 탓에 신용불량자도 다수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등포 쪽방촌에서 한 수녀가 쪽방촌 주민의 발톱을 잘라주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관광객과 외국인으로 가득한 종로3가 '귀금속거리' 뒤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햇빛을 피해 핸드폰으로 트로트 노래를 듣고 있던 온모(69)씨도 사정은 같았습니다. 온씨는 "돈의동 쪽방촌 들어온 지 한 6~8년 됐다. 광주에 형이랑 형수밖에 없는데, 추석에 안 내려갔다. 만난 지 오래"라면서 "안 보건, 못 보건"이라고 허탈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어 "기초연금으로 월 99만원 받고 있다. 근데 99만원 나와도 월세 30만원 내고 공과금이나 뭐나 이렇게 저렇게 내고 나면 그것도 잘 안 남는다"며 "사람들을 잘 안 만나려고 하지만 외롭긴 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8월14일 보도한 <(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단독)⑭만연한 고독사 위험…70% "연락할 가족 없다"> 기사에 따르면, 쪽방촌 거주자 10명 중 7명은 연락할 가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주자의 상당수는 가족·친지와 왕래하지도, 모임에 참여하지도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이웃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철저하게 고립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고, 고독사의 위험까지 높은 겁니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약국을 오래 운영했다는 최진순씨는 "50년 넘게 약국을 했다. 한 집 건너마다 사정을 잘 알지"라면서 "이번 추석에 사람들이 거의 안 내려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소장 들어오고 나서 (쪽방촌이) 아주 좋게 바뀌었다. 상담소(온기창고 등) 생기고서는 집집마다 음식도 챙겨주고 하니까 일부러 다른 쪽방촌에서 여기로 넘어오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유근윤·차종관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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