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권리 무시하는 ‘좋은책 신사고’ 대표...'교섭 거부' 일삼아
'우공비' '쎈' 등 유명 참고서 낸 출판사
노조 출범 2년째 단체교섭 요구 무대응
부당노동행위 판정에도 행정소송 남발
입력 : 2024-09-24 17:19:58 수정 : 2024-09-24 17:19:58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노동조합 결성 이후 지난 2년 동안 사장이 노조와 대화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에 응하기는커녕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든요.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7차례나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는데도 ‘너희들이 무슨 노조냐’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정철훈 전국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 지부장)
 
24일 전국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 지부 소속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좋은책신사고 사옥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좋은책신사고 지부)
 
정철훈 지부장은 24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초중고 교과서와 <우공비> <쎈> 등 유명 참고서를 펴낸 출판사 좋은책신사고 사측은 노조 출범 2년째에 이르도록 단체교섭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노사갈등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홍범준 대표는 잇따른 부당행위 판정에도 꿈쩍하지 않고 수차례 행정소송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심정 법정에서조차 노조 홍보 포스터를 구겨 노조측에 던지거나 ‘헌법상 명시된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등의 행태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좋은책신사고 지부는 2022년 말 설립됐습니다. 그러나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홍 대표의 일관된 태도로 지금까지 회사와 단 한 번의 단체교섭도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에 이어 중노위가 지난해 11월 단체교섭 불응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도 제기했을 정도입니다. 사측이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데 대한 구제신청도 노동위원회 초심·재심, 서울행정법원에서 인정됐지만 사측이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사측의 교섭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구제신청도 노동위에서 받아들여졌지만 법원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노조의 실체를 알 수 없다’거나 ‘출판사가 무슨 언론노조냐’면서 노조를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섭요구사실 시정명령 소송 1심 재판 때는 재판부를 향해 소리를 질러 경위 안내를 받고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홍 대표가 벌이는 막무가내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신생 노조의 비용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벌이는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에 대한 가집행을 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을 낸 이유입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면서도, 가처분에 대해서는 관련 소송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7월3일 집회를 열고 있는 노조 앞에 나타난 좋은책신사고 홍범준(가운데) 대표. (사진=좋은책신사고 지부)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노동법 위반 사항입니다. 명백히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지난해 말 지부는 홍 대표를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신고했고, 홍 대표는 지난 1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정 지부장은 “홍 대표는 서울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고, 검찰이 저희를 불러서 조사를 한 적도 없다”며 “물어보면 '수사 중'이라는 말만 하는데 검찰이 사건을 뭉개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홍 대표의 부당노동행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노조 조합원들은 사측으로부터 노골적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 창립기념일에 주는 격려금도 조합원을 배제한 채 특정 직원들만 줬습니다. 성과급이나 장기근속상도 조합원에게만 주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는 겁니다. 이 과정을 겪자 조합원까지 이탈도 이어졌습니다. 전체 70명 직원 가운데 조합원은 현재 단 13명입니다.
 
정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를 향한 더 직접적 압박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측은 홍 대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정 지부장 등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려 한 겁니다. 사측은 정 지부장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었다”고 항변하자 그제야 관련 소송 결과를 본 뒤에 징계위를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노조는 홍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컴퓨터를 때려 부수는 등의 위협 행위를 했고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고 신고해 결국 괴롭힘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법률 개정 전이라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았고, 시정지시 외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매일 2~3명씩 서울 강서구 사옥 앞에서 점심시간마다 선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급단체인 언론노조는 좋은책신사고가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인 만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홍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는 등의 압박 노력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 지부장은 “홍 대표는 지지난해와 지난해에도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며 “한 번은 안 나가겠다고 하고 한 번은 잠적해 국회의 구인 시도가 무력화됐다”고 했습니다. “국감 불출석에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됐지만 검찰이 결국 무혐의를 줬다”며 “이번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홍 대표에게 부당노동행위 등과 관련한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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