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예금 재등장…수신고 방어 나선 저축은행
수신고 99.9조원…2년8개월만에 최저
연말 예적금 만기 앞두고 선제 조치
입력 : 2024-09-25 15:20:05 수정 : 2024-09-25 15:20:05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저축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4%대 금리의 정기예금이 늘고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는 시중은행과 상반된 모습입니다. 저축은행 수신고는 2년 8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는데요. 저축은행들은 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대출을 취급하려면 수신고를 늘려야 합니다. 또한 연말 고금리 예적금 만기도래를 앞두고 수신고 방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저축은행 수신금리 상승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들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3.69% 수준입니다. 이달 초 3.66% 대비 0.03%포인트 올랐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인상한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현재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더블저축은행 (4.10%) △참저축은행 (4.10%)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4.00%) △대한저축은행 (4.00%) △유니온저축은행 (4.00%) △조은저축은행 (4.00%) 등입니다. 
 
3.9%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18곳에 달했습니다. 석달 전에 4%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곳이 4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장금리가 내려가자 예적금 금리를 낮추고 있는 은행권과는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2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단리 정기예금상품 금리는 연 3.35~3.42% 수준으로 기준금리 3.5%에도 못 미칩니다.
 
예금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3.22%까지 떨어졌습니다. 연 3.70%대를 웃돌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0.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입니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 반대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99조9128억원으로 2년8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조1130억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대출 영업력 축소 우려
 
저축은행 수신 잔액 감소로 대출 여력 줄자 여신 잔액도 낮아진 상황입니다.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7월 말 기준 96조941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95조5783억원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지면서 대출 영업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주력한 바 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으로 대부분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을 기반으로 대출 영업을 하는 구조인데요.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신 잔액을 늘려야 합니다. 특히 연말 고금리 예·적금 만기도래를 앞두고 수신고 방어에 나선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금리 인상기 당시 금융권에서 그해 4분기에 고금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면서 이후 4분기마다 정기예금 만기 고객들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순손실 확대와 자산건전성 악화, 부동산 PF 대출 부실 여파로 아직 대출 취급 확대를 들여다보진 않고 있다"며 "시장금리 하락이 계속되고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돼야 대출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동기 965억원 적자에서 2839억원 급증한 규모입니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상반기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자산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네 곳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적자 규모는 △페퍼저축은행 643억원 △다올저축은행 31억원 △상상인저축은행 550억원 △OSB저축은행 93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반기 말 전체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2%로 직전 분기 10.32%보다 1.20%포인트 늘어났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체율은 8.36%로 직전 분기 8.80% 대비 0.4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가 대출 영업에 좋은 조건은 맞지만, 현재 부동산 PF 등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며 "자금을 조달해 대출 영업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기본금리 4% 대 12개월 단리 정기예금 상품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지난 24일 기준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 연말 고금리 예·적금 만기도래를 앞두고 수신고 방어에 나선 조치로 풀이된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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