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동 불안에…'유류세 인하' 11번째 연장 가닥
추석 앞두고 '물가 안정' 놓고 정부 고심
이란 보복설부터 우크라전까지 '일촉즉발'
입력 : 2024-08-20 17:10:48 수정 : 2024-08-21 07:12:47
주유소 기름값이 3주 연속 하락한 18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판매되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8월11~15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ℓ)당 1696.8원으로 직전 주 대비 9.8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가는 리터당 1534.5원으로 직전 주 대비 9.3원 내렸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유류세 부분 인하 조치를 연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세수 부족액만 10조원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중동 불안과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면서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수 확보냐 물가 안정이냐'…커지는 '딜레마'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달 말로 두 달 더 연장하나 취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5%에서 20%로 줄였습니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인하율도 37%에서 30% 축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ℓ(리터)당 615월에서 656원으로 41원 올랐고, 경유도 369원에서 407원으로 38원 상승했습니다. 인하폭을 축소했지만, 유류세 인하는 지난 2022년 7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시행된 후 인하 폭을 조정하면서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세수 부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수 부족과 물가 안정 사이에 쉽게 한쪽을 택하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다만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월(2.4%) 대비 소폭 반등했습니다. 이는 2022년 10월(10.3%) 후 2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석유류 가격(8.4%)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하되 점차 인하 폭을 줄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데비드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안한 새로운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중동 문제 감안 땐 유가 불확실성↑"
 
외부 변수도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 타결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전일 대비 배럴당 2.28달러 하락한 74.37달러에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2.02달러 하락한 77.66달러,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1.26달러 하락한 77.8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휴전 중재안을 수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는 하마스가 '예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여전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지정학적 위험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국제 유가는 언제든 급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직후 중동 내 전운이 짙어지자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WTI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77.91달러로 전날보다 4.26%, 인도분 브렌트유는 82.30달러로 역시 전날보다 3.3% 올랐습니다.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우려가 고조되던 이달 둘째 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6달러 오른 79.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중단될 경우 큰 폭으로 유류비가 상승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10조원 넘게 줄었고, 실질적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의 상반기 적자 폭도 103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유류세 환원을 전제로 예상한 교통·에너지·환경세수도 지난 6월까지 5조3000억원이 걷혀 당초 예상했던 15조3000억원 대비 34.9%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5년 평균 진도율(50.2%)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유류세 인하 종료 또는 인하 폭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중동 문제를 감안하면 유가 불확실성이 크다"며 "물가와 세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류세 연장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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