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권 경쟁 속 자국 기업 옥죄기…"변화무쌍 플랫폼, 규제 낮춰야"
디지털경제연합, 19일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 토론회 개최
업계 "한국서 플랫폼 스타트업 성장 어렵다는 시그널 주는 것"
법조계 "과거 방식으로 플랫폼 산업 규제하려는 움직임 참아야"
입력 : 2024-06-19 16:45:52 수정 : 2024-06-20 17:10:37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22대 국회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및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 규제 및 공정화에 대한 법률(온플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의 한국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정해 규제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플랫폼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학계와 업계는 규제 당국을 향해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을 옥죌 경우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종 김지훈 수석전문위원, 사영준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이 19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은?'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온플법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총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이거나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의 총판매금액이 3조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 사업자에게 정보교류차단 장치 설치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온플법은 지난 2022년 문재인정부 당시 처음 발의됐으나, 업계의 반대로 사그라든 바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플랫폼 규제 법안 발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입니다. 
 
이에 디지털산업 발전에 필요한 정책변화 모색을 위해 설립된 디지털경제연합은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기존의 법 체계 방식이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그대로 유효할 수 있는지, 근본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해야 한다”라며 “플랫폼의 특성과 기존의 방식에 대한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의 방식으로 변화무쌍한 플랫폼 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참아야 한다. 새로운 방식을 찾을 때까지 규제 수단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라며 “천천히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번 대못을 박으면 되돌리기 불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규제 입법 추진 시 시장·서비스의 특성과 시장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플랫폼은 네트워크 구성도 클 수밖에 없기에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다. (특정 기업이) 커지면 무조건 시장이 무너진다는 공정거래법 기반 이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하는 것보다는,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라며 “규제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낮추는 방향이 더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애초에 공정위가 밝힌 플랫폼법의 추진 목적은 스타트업의 성장 촉진과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피해 예방이었습니다. 그러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저희가 (플랫폼법 추진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입법) 명분의 한 축이 허물어졌다. 규제 당국이나 국회에서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에 없던 개념을 들고 와서 니치 마켓을 만들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또 (플랫폼 규제 추진은) 성장의 캡을 씌워서 한국에서 플랫폼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라는 벤처캐피털이 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데 IPO를 더 까다롭게 보고 네카오가 (스타트업을) 안 사고 있는 현실”이라며 “시장에 스타트업은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줘서 투자와 창업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에서 규제 움직임으로 한국 플랫폼을 향해 해외에 나가라고 등 떠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플랫폼 규제가 윤석열정부 기조인 ‘자율규제’ 방침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 위원은“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라는 키워드를 던졌는데 슬그머니 정부 입법 발의가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수많은 계층의 플랫폼 기업을 아우르는 입법 테크닉을 구사할 수 없다면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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