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경영계 '보이콧'…'노사 최초안'도 못 낸 최저임금위
1만원 초읽기 속…다음 주 노사 수싸움 본격화
입력 : 2024-07-04 17:23:08 수정 : 2024-07-04 19:41:59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 및 업종별 차별적용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의원회의가 본격적인 금액 논의를 앞두고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했습니다. 사용자위원들이 제8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을 선언하면서 최저임금 논의가 불발된 것인데요. 이에 따라 최저임금 협상이 다음 주로 미뤄지면서 '최장 심의'란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구가 없다"'역대 최장' 심의 불명예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최임위 8차 회의는 사용자위원 9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노동계만 참석한 채 반쪽 회의로 진행됐습니다. 앞서 7차 회의가 열린 지난 2일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 행위에 반발, 경영계가 보이콧에 나서면서 파행을 거듭했는데요.
 
직전 회의에선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놓고 표결이 이뤄졌습니다.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빚었습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선언하려는 이인재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배포 중이던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기도 했습니다. 
 
혼란 속에 강행된 표결은 최저임금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돼 내년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게 됐는데요. 이 일로 지난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에서 추천한 최임위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2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바닥에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찢은 투표용지가 떨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연 것은 지난 5월 21일입니다. 당시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노사는 '업종별 차등지급'을 둘러싸고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법정시한이었던 6월 27일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노사는 최초안조차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도 노사는 '차등지급'을 놓고 갈등을 보이며 법정시한이었던 6월 29일에야 최저임금 액수 산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기간도 넘기며 역대 최장 심의란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액수 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노동계 1만2600원…경영계 '동결' 제시할 듯
 
노동계에서 밝힌 공식 최초안은 없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해 지난해 최초안보다 높은 1만2600원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경영계는 동결로 맞서고 있습니다. 
 
노사의 갈등은 지난해에도 극한의 대치로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심의란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시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을 발표해 전년도 최저임금보다 24.7%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당시 노동계 주장을 월로 환산하면 255만1890원이 되는데, 근거로 '적정 가구 생계비'를 들었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지불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업종별 차등적용'을 우선 외치다 결국 임금 동결로 끌고 갔습니다. 당시에도 논쟁이 됐던 차등적용은 표결에 부쳐졌고,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지며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일단락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노동계가 최초 제시안 금액을 훨씬 밑도 수준인 2.5% 인상에 합의하면서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지난해와 다르지 않게 최임위 회의가 흘러가면서 이르면 오는 9일 9차 회의에서 최초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회의를 2회 이상 불참하면 '의결'이 가능한 만큼 노사 양쪽에서 모두 불참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다음 주에 노사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류기섭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면 차등적용은 있어서 안 된다"며 "어떤 통계적 근거와 당위성도 없이 강행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바쁘게 심의를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불참한 사용자위원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영계 한 관계자는 "지난 회의에서 보인 물리적인 행동은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며 불참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다음 주에 예정된 회의에 대해선 "아직까지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며 "다음 회의에는 참석할 방침"이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8차 회의 직전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 됐다"며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며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나 지난 4~5년간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진하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