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값 올랐는데 돈은 멀티플렉스만…제작사는 고사"
제작사·배급사 "각종 할인·마케팅에 실제 객단가 하락"
입력 : 2024-07-11 15:54:00 수정 : 2024-07-11 15:57:3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영화표값은 올랐는데 영화시장 배분구조가 불투명한 탓에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돈을 벌고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코로나19 시기 표값을 인상하면서 영화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겁니다. 표값이 상승해도 각종 할인을 통해 실제 판매가격(객단가)은 떨어지고 있는데, 영화관은 표 할인액을 통신사 등으로부터 보전받는 겁니다. 반면 제작사는 객단가를 기준으로 영화관과 매출을 나눠야 합니다. 객단가가 내려가면 영화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11일 여의도 국회에선 참여연대 주최로 ‘불투명 정산·불공정 분배 영화산업 위기 극복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불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로 인해 영화시장의 재생산이 흔들리고 있다”며 “영화관 수익은 늘었지만 객단가는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멀티플렉스 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무분별한 할인·마케팅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불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 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운영위원은 이어 “2022년 발권표별 수량과 비중을 보면 6000원대 발권표가 11.11%로 가장 많았고, 9000원대와 1만3000원대가 뒤를 잇는 등 명목가격인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 이상 비중은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에 걸쳐 표값을 3000원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관객 감소를 막기 위해 통신사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때문에 매출 정산의 기준이 되는 객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기준 2022년 평균 1만49원이던 객단가는 올해 9595원까지 내려갔습니다.
 
멀티플렉스 ‘깜깜이 정산’도 문제
 
더구나 각종 할인을 통해 판매된 실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영화관들은 통신사 할인 등에 관해 비밀유지계약을 내세우며 상세부금정산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화배 이화배컴퍼니 대표는 “통신·카드사 할인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부금계산서에는 결과값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며 “사전에 마케팅이나 할인비용 분담에 관한 협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배급사와 제작사는 내역도 알지 못하고 정산금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깜깜이 정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윤미 한국제작가협회 이사도 “멀티플렉스는 부금 정산 시 필요한 세부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배급사는 영화관과 같은 계열사라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며 “관련 세부내역을 제작사 측에도 제공하고 이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표값 인상으로 관객들이 영화 관람 횟수 자체를 줄이면서 관객수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그 결과 영화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관객수 감소에 객단가 하락까지 맞물려 투자가 감소하고 제작도 줄어들어 영화산업 전체가 쇠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영화인연대와 소비자단체들은 6월26일과 7월4일 표값 폭리와 제작·배급사와의 불공정한 정산, 할인·마케팅 비용 떠넘기기 등을 문제로 삼아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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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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