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비효과…경기도의회, 도지사 참모도 '행정감사' 한다
경기도의회, 도지사 비서실·보좌기관 감사
조례안 통과, '이재명 나비효과' 지적 나와
입력 : 2024-07-12 16:57:19 수정 : 2024-07-12 16:57:2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경기도의회가 도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관도 행정사무감사에 포함하기로 한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도청은 난색을 표하며 재의 요구를 검토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보좌기관이 행정사무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입니다. 문제는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도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관 행정감사에 찬성했다는 겁니다. 이번 조례안 통과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2일 경기도청과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도의회는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조례안에는 도지사 비서실과 도지사·경제부지사 보좌기관 등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감사 대상에 비서실, 도지사 보좌기관인 정책수석과 대외협력보좌관, 정무수석, 행정특보, 기회경기수석, 국제협력특보 등이 추가됐습니다. 경제부지사의 보좌기관인 협치수석, 협치1·2보좌관도 포함됐습니다. 앞서 도의회 혁신추진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해당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27일 ‘제375회 정례회’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도의회는 도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관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시켰다.(사진=경기도의회)
  
비서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서울시 시장비서실과 정무부시장실은 시의회 운영위원회 소관부서에 포함돼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의회는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위해 2010년부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도의회는 "비서실장과 각종 수석이 도지사의 주요 의사 결정 라인에 있음에도 감사를 받지 않다 보니, 도의 주요 정책이 어떻게 결정됐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며 "도민이 집행부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이재명 나비효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개정 조례안 투표 결과는 재석의원 115명 중 찬성 98명, 반대 13명, 기권 4명인데요. 도의회 정당별 의원 숫자는 민주당 77명, 국민의힘 76명, 개혁신당 2명입니다. 김동연 도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 수도 조례안에 찬성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이재명 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형수씨, 정책비서관을 지낸 정진상씨 등이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것도 문제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발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도청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태형(화성5) 민주당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서울시 외에 비서실을 행정사무감사에 포함하는 광역의회는 없다"며 "(행정감사 추진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경기도 집행부에 재의를 요구토록 한 뒤 조례를 수정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도청 관계자는 "비서실의 주요 업무는 도지사의 일정관리, 의전 수행 등이다"라며 "활동이나 예산 등은 이미 주무부서인 총무과 소관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어 만일 통과된다면 중복 심의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좌기관 감사에 대해서도 "보좌기관은 말 그대로 도지사를 보좌하는 참모들"이라며 "단순 지원 업무를 맡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감사를 진행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행정의 잘못된 부분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행정사무감사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도 관계자는 또 '재의 요구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재의 요구 검토 중"이라면서 "최대한 고민한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도의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도는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아직 도는 재의 요구를 청구하지는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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