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전기차 화재)④포비아 확산에도…출구 못 찾는 정부
정부 대책 '뜬구름'…제조사 공개는 '갈라치기'
"근본적 해결책으로 '전기차 공포' 진압해야"
입력 : 2024-08-23 17:00:00 수정 : 2024-08-26 08:13:04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오는 12일 전기차 화재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방안과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소방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초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최근 연이은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기차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두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종합대책 빨라야 '내달'…정부 '늑장대응' 도마 위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 마련을 두 차례 회의 끝에 내놨습니다. 당정이 주목한 것은 전기차 화재의 상당수가 배터리 충전 중에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안전한 충전기 확산과 화재 진압 개선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차 안전 문제에 대응해 화재 예방 예산을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화재 예방 충전기 보급을 9만 대까지 확대하고 무인파괴방수차와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등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앞서 12일에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가 '전기차 및 지하 충전소 화재 안전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는데요. 
 
이후 13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차관회의도 열었습니다. 전기차를 불안해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본격적인 실무 작업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 자리에선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의 안전성 강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지하 주차시설에 대한 다양한 안전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공개가 되지 않았던 국내 보급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면서 '소비자 알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현대·기아는 물론 BMW와 벤츠도 잇따라 배터리 정보 공개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내달 '전기차 화재 예방 종합대책'을 밝힐 예정인데요. 정부의 대처를 둘러싼 '늑장 대응'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인천 남동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자동차 입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제조사 공개, 경쟁 기업서 박수칠 일"…여론몰이식 해법 한계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에서 내놓은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대해서는 특정 업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갈라 치기'이자 '여론몰이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공학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큰 의미가 없는 내용들"이라며 "제조사 공개를 통해 마치 '중국산은 나쁘다' '국산은 좋다' 식의 여론몰이식일 뿐 화재 원인과 관련된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차를 살 때 보이지 않는 부품의 제조사를 확인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오히려 그 제조사를 믿고 사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는 제조사 공개가 답은 아니다. 오히려 전기차 경쟁 기업이나 국가에서 박수를 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일부 업체에서 과충전도 안전하다고 홍보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부 기업이 전기차 공포가 확산되자 전기차 100% 충전도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80%만 충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게 된다면 100% 충전 시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화재로 대규모 리콜까지 실시한 코나 전기차 제작결함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배터리셀 내부 단락에 의해 불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전류를 과도하게 흐르게 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당시 코나 전기차 리콜을 하며 배포한 안내문에도 충전을 80%까지만 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 공포가 지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며 "잘못된 대안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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