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자율적 판단'에 맡긴 가계부채 관리…은행권 혼선 '끝'
금융위·금감원, 가계부채 관리 의견 합치
모호한 기준 여전…은행권 관련 정책 곧 발표
입력 : 2024-09-13 06:00:00 수정 : 2024-09-1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7:0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최근 가계부채 관리 방침 중 실수요자 보호 기준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갈리면서 대출 실행 현장과 금융 소비자들에 혼란을 안겼으나,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전히 모호한 자율성에 비판도 따르고 있지만 은행권은 양호하다는 분위기다.
 
사진=은행연합회
 
금융당국 "가계대출, 은행자율에 맡겨"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8000억원이다. 지난 1월 전월 대비 9000억원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특히 은행권의 가계대출 구성이 주택담보대출에 몰려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상반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64.2%, 전세대출 14.4%, 신용대출 14.2% 등이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 가계대출 확대 경계령을 내렸다. 금융당국이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금융사에 대한 관리 감독과 정책 수립 등을 맡는 기관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금융사들의 전략도 달리 잡는다.
 
문제는 금융당국 양측의 의견이 갈린 것이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가계대출상품 운영에 대한 일괄적 기준 적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각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등 각 사의 방식이 달라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두 달간 은행권의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왔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이견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김 위원장이 이복현 금감원장의 의견과는 달리 은행의 여신 규모와 리스크 수준에 따라 자율적인 대출 상품 운용이 필요하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양대 수장의 말이 엇갈리자 은행권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국의 일괄적인 기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황이 바뀌면서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혼란을 겪었다. 특히 대출 현장에 있는 은행 창구의 직원들과 실수요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권은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에 시달렸다.
 
다만 나흘 만에 금융당국이 의견 합치를 이끌면서 관련된 소음은 잦아들 예정이다. 10일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같은 기조의 가계대출 정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맞추고, 은행권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운영을 지원키로 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방향 발표 예상
 
금융당국이 입장을 정리하면서 은행권도 한 달 넘게 이어오던 눈치싸움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부터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축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놨다. 가계대출만을 증가시키면 위험가중자산 등의 이유로 사업 다각화가 힘들어 은행권 입장에서도 마냥 달가운 것은 아닌 데다, 이미 실행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수익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타 행과 전략 방향성을 맞추기 위한 눈치싸움 때문에 올린 경우가 대다수다. 금융당국 정책의 이행 정도를 타 행과 맞추기 위해서다.
 
금감원이 은행의 자율성을 지원하되 실수요자의 대출이 막히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권은 비교적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자율성을 어디까지 보장하는지, 실수요자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결정되지 않았으나 금융당국 양 측의 입장이 합쳐진 것만으로도 일단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대형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이르면 이달 중순에 각 사의 가계대출 방향을 확정 짓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서두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회사별로 가계대출 규모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다른 것도 은행별 차이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말 4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국민은행 171조5000억원 ▲신한은행 132조3896억원 ▲우리은행 136조8400억원 ▲하나은행 132조9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이해 앞으로의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이 우선적으로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이미 실수요자 심사 전담반을 운영하는 등 실수요자 대상 대출 예외 조건을 적용했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준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금융당국 양 측 입장이 정리돼 이전 대비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하지  않도록 빠르게 대처할 예정이며, 주택 수요가 이미 폭증해 내년 초에는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멈출 것"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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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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