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 탈취' 심각…"우리 경제 뿌리 지켜야"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위 근절법, K-정책금융연구소 '이달의 좋은 법' 선정
강준현 의원 대표발의…법원의 자료 수집 권한 강화 내용 담겨
입력 : 2024-09-13 13:13:49 수정 : 2024-09-13 18:56:37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매달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달의 좋은 법'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의 네 번째 '이달의 좋은 법' 심사에서 K-정책금융연구소 자문위원이 추천한 법안은 총 21개입니다. 
 
이중 운영위원회 2차 논의를 거쳐 선정된 '이달의 좋은법'은 강준현 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간사)이 대표발의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 근절법'입니다.
 
기술 탈취 소송시 법원 자료 수집 권한 강화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소기업에 기술은 '목숨줄'과도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데요. 그런 기술을 대기업에게 탈취당한다면 중소기업은 존폐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대기업과 소송을 벌이더라도, 물적·인적 자원이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술 탈취 피해를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의원이 발의한 두 개 법안은 기술 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의 피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법원의 자료 수집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보통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 탈취 관련 조사를 진행합니다. 현행법상 법원은 기술 탈취 소송 시 공정위에 조사한 증거 자료를 '요구'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자료 송부를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에 강 의원은 법원이 공정위에 조사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고 법안을 개정했습니다.
 
아울러 소송 당사자인 대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지만 '손해의 증명' 범위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안에는 손해뿐 아니라 '침해의 증명' 자료도 제출을 명령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법원이 소송 상대 당사자나 공정위원장으로부터 해당 법 위반 사실과 기술자료 침해의 증명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강 의원은 13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 출연해 "공정위가 기술 탈취 관련 조사를 하지만 통상 '영업상 비밀'이란 이유로 제출을 거절한다"며 "정당하고 공정하게 재판부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공정위를 통해서 모든 자료를 받아야 되겠다는 취지로 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 피해, 7여년간 5000억↑
 
강준현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이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서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 근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기술 유출·탈취 피해 금액은 5022억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기술 탈취 피해 대응을 포기하는 중소기업 비율은 약 50%, 절반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개선안이 마련됐는데요. 지난 2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비율을 손해액 3배에서 5배로 상향한 법안입니다. 다만 사후적 규정이란 점에서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다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특허 기술 탈취 피해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약 80%는 '기술 탈취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기술 탈취 피해 입증에 중점을 둔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 근절법' 통과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야단법석의 진행자인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을 한화가 뺏어간 사례가 있었다"며 "공정위가 기술 침해를 인정했는데도 증명력이 없다는 이유로 1심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사전적으로 입증이 잘 안되면 상당히 불리하다"며 "입증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피해를 덜 볼 수 있도록, 입증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경제 뿌리를 지키는 법"
 
강준현 민주당 의원이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서 지난 7월 31일에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강 의원은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 근절법'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법안은 '뿌리를 지키는 법'"이라며 "근간이 튼튼해야 성장하는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굳건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 법안도 한국 경제의 뿌리를 지키는 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기업에서 중소기업 수는 99.9%입니다. 종사자도 81%를 차지하는데요. 혁신 기술을 지닌 중소기업 수가 많아진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 의원은 기대했습니다. 강 의원은 "많은 청년층들이 혁신적, 생산적, 건설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치권, 특히 정무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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