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조윤선·안종범…국정농단 공범 전원 '면죄부'
'적폐 수사' 이끈 윤…'수사 대상자' 일제히 사면
국민 통합 명분…실상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인사
입력 : 2024-08-13 16:13:19 수정 : 2024-08-13 18:16:2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명박·박근혜정부 국정농단 공범 전원이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특히 조윤선·현기환(이상 정무)·안종범(이상 경제) 전 수석 등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한 박근혜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복권됐습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번에 복권됐는데요. 2012년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과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직 시절 각종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이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23년 8월 14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출범 후 5번째 사면…예정된 수순
 
법무부는 13일 "국정수행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처벌받았으나, 장기간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주요 공직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을 사면해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전직 주요 공직자 등 55명에 대한 사면·복권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원 전 원장은 '잔형집행면제 및 복권'이며,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형선고실효 및 복권',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복권'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외에도 박근혜정부 당시 총선 개입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형선고실효 및 복권됐고 이명박정부 시절 댓글 여론 공작에 관여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복권됐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고위 인사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5번째 특별사면인데요. 국정농단 주범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두고도 국민통합을 명분 삼아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들을 대거 사면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한 댓글 공작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함께 유죄를 확정받은 조 전 장관은 사면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국정농단 주범 전원이 면죄부를 받은 겁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년도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자기부정 정점 '원세훈'…"눈 가리고 아웅"
 
국민통합이 여태까지 특별사면의 명분인데요. 윤 대통령 스스로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합니다. 
 
이번에 복권된 원 전 원장은 국가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여론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댓글공작으로 징역 4년을,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당 정치인 사찰 및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 9년을 각각 확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원 전 원장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은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해야 한다며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에게 맞섰고, 결국 좌천됐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고, '강골 검사'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과정에 원 전 원장 사건이 있는데, 스스로 그를 복권해 준 모양새입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2016년 박영수 특검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이끈 수사의 피의자들이 모두 사면·복권 된 겁니다. 
 
그런데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총 5번의 사면을 통해 자신이 기소한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들을 모두 사면·복권했습니다. 
 
현 전 수석은 보수단체를 불법지원한 '화이트리스트'로,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압박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번에 복권됐습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해 "참으로 거시기한 정부"라며 "김경수 복권으로 애드벌룬을 띄우고 조윤선·안종범 원세훈·현기환 등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 세력 풀어주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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