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1988년 도입 37년 만에 첫 1만원 돌파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노동계 반발↑
물가 상승률 못미치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
입력 : 2024-07-12 17:43:06 수정 : 2024-07-15 10:54:07
202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7% 오른 1만30원으로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2025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사상 첫 1만원대에 진입했습니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37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는데요. 치솟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필연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특히 노동계가 처음으로 최저 시급 1만원을 요구한 지 9년 만에 금액 자체로 한 단계 높아졌다는 점에선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인상률은 3년째 하향화하면서 역대 두 번째 수준으로 낮아졌는데요. 실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9860원에서 고작 170원이 올라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1.7%)을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 본격 주장한 지 11년 만
 
12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초 요구안이 제시된 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표결로 결정됐습니다. 당초 노동계와 경영계는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의 최종안을 제시하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는데요. 이에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이 제시된 지 나흘 만에 표결로 진행, 결국 경영계 안인 1만3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뒤따른데요. 예년과 달리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가 단 세 번의 회의 끝에 마무리되면서 '졸속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본격적으로 주장했던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졌는데요. 더불어 최임위 근로자 위원이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한 2015년 후 9년 만이자, 문재인정부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놓은 지 5년 만에 실현됐습니다.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 노태우정부 때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닌데요. 처음 최저임금 이야기가 공론화된 건 1967년 제6대 대통령선거 때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960년까지 연평균 5.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실시 이후론 4년 동안 고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경제 성장의 과실보단 어려움이 더 컸는데요.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제 생활 수준은 오히려 피폐해진 이유가 컸습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이 화두가 되면서 여러 번의 난관 끝에 노태우정부에서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 최저임금은 섬유·식료품 등 저임금업종 12개를 1그룹으로, 나머지 담배·화학 등 16개 업종은 2그룹으로 구분하면서 각각 462.5원, 487.5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이후 노태우정부는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지 1년 만에 업종별로 나눴던 최저임금을 600원으로 통일했습니다. 당시 1그룹 대비 인상률은 29.7%에 달하는 높은 인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노태우정부 이후로는 외환위기 직전까지 6~9% 수준의 안정적인 인상률을 이어갔습니다. 안정적인 인상률이 이어지면서 당시 직장인들의 월급도 큰 폭으로 오른 까닭에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18년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러자 경영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는데요. 최저임금이 높은가, 낮은 가를 놓고 많은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상률·인상폭 2021년 이후 가장 낮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 시대가 되면서 근로자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 됐는데요. 이는 올해 기준 공무원 9급 초임(1호봉) 월평균 급여액 222만2000원보다 약 12만6000원이 적은 액수입니다. 때문에 노동계에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했지만, 인상률(1.7%)와 인상폭(130원)은 코로나 영향으로 속도 조절을 한 2021년(1.5%, 130원 인상) 이후 가장 낮은데요.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정에서 딱 물가 상승률 예상치 만큼인 2.6% 인상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면서 "1만원 넘었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명백한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지급'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으면서 제도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도입 취지는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며 "그렇기 때문에 차등지급을 할 경우 취지를 어기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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