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6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례 준비 혹은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를 위해 어느 집이나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추석 전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4.54로, 지난해 8월 대비 2% 상승했습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은 3.1%였는데, 점점 둔화해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추석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한 듯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물가 안정세와 달리 체감 물가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죠. 고물가 지속에 명절 대목 수요 급증과 이상기후 심화로 먹거리 물가는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이 올 추석 물가를 두루 짚어 봤습니다.
추석 차례상 비용 얼마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23개 지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에서 24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기준 평균 20만9494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대비 1.6% 상승했습니다. 전통시장(19만4712원)이 대형유통업체(21만6450원)보다 1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례상 비용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물가협회는 4인 기준 추석 제수용품을 전통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28만7100원이 소요되며, 1년 전보다 9.1%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천정부지 채소 가격 : 품목별로 살펴보면 채소 가격이 무섭게 뛰었습니다. 전년 대비 상승률(aT 조사) 기준으로 보면 무(56.7%), 시금치(48.2%), 배추(25.8%), 애호박(11.1%)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세는 올해 추석이 평년 대비 이른 데다 지난달 역대급 폭염이 큰 영향을 미친 탓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곶감(22.8%), 밤(18.4%), 고사리(12.3%), 대추(7.8%) 등 임산물 가격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수산물 중에서는 조기(15.2%)가 어획량 감소로 비싸졌습니다.
-사과·배 가격은 작년보다 '저렴' : 반면 과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 대비 13.1%, 10.4%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올해 설 '금사과', '금배'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뛰어 차례상에 놓기 망설여지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해 냉해와 병충해로 생산량이 급감했으나 올해 작황이 좋아 가격이 내렸습니다. 소고기(설도, -18.9%)와 계란(-6%)도 전년 대비 가격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장바구니는 '텅텅'
물가 상승률은 서서히 둔화해 지난달 2%를 기록했지만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의 불안정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16.96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1% 상승했습니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올해 1~5월 줄곧 3%대를 보이다가 6월 2.8%에서 7월 다시 3%로 반등하며 상승폭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산물·채소·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131.29로 전년 대비 3.2% 올랐습니다. 특히 올해 1~6월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바 있죠. 한 자릿수로 상승폭은 다소 꺼졌지만 여전히 평균을 웃돌며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품사, 가격 인상 러시 : 여기에 식품회사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추석 직전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도 소비자로서는 부담입니다. 오뚜기는 케첩, 참기름, 가정간편식(HMR) 등 24개 제품 가격을 이달부터 본격 인상했으며, 대상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종가 김치 가격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코카콜라음료는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등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평균 5% 올렸습니다. 햄버거 등 외식업계도 가격 인상에 나서며 전반적인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이렇다 보니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체감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후까지 말썽
코로나19 이후 경제 여건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 탓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기후까지 먹거리 가격을 흔들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식료품 물가가 폭등하는 '기후플레이션'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금사과 파동을 이미 겪었으며, 해외 각 산지에서는 가뭄으로 올리브와 오렌지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시세가 요동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식탁 물가 불안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량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명절마다 폭등 되풀이
추석 차례상 비용에서 시작해 현재 왜 이렇게 먹거리 가격이 뛰었는지를 간단히 살펴봤는데요. 다시 명절 물가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다면 명절 때마다 가격 폭등은 왜 반복되는 걸까요? 설보다 추석에 가격 변동폭은 더욱 커지는데요. 물론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량 부족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여기에 더해 추석 차례상에는 햇상품을 올리기 때문에 신선하고 좋은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는 점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따라서 정부가 가격이 급등한 품목의 공급량을 늘려도 수급량 조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통상 수입품이나 저장품을 시장이 푸는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좋은 상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렵습니다. 더욱이 추석은 농산물 수확 시기에 치러져 생산량에 따른 가격 변화가 즉각적으로 이뤄집니다. 올해처럼 추석이 이른 해라면 가격을 예측하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무엇보다 정부의 실질적인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앞으로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은 더 심화할 게 분명하고, 더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대비해 정부가 민생과 직결되는 먹거리 가격 안정만큼은 최우선 과제로 두고 해결했으면 합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